[수장이 직접 소개하는 우리 구단]②성남 은수미 구단주 "우리 구단은 축구공처럼 둥글게, 시민을 하나로 만든다"
등록2019.02.19 06:00
2019시즌 K리그1(1부리그) 개막이 다가왔다. 다음 달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1 우승팀 전북 현대와 FA컵 우승팀 대구 FC 경기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일간스포츠와 JTBC3는 개막을 앞두고 K리그1 구단의 수장을 만났다. 수장이 군림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소통의 시대다. 그들도 축구팬들과 소통하면서 구단의 도약을 함께 구상해야 한다. 그래서 K리그 구단주·대표이사·단장 등 수장들이 직접 K리그 팬들에게 '우리 구단'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단에서 가장 공신력을 가진 이가 직접 구단의 매력과 장점을 어필한다. 그리고 K리그 팬들에게 우리 경기장으로 찾아와 달라고 하는, 진심을 담은 수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K리그 개막 특집 다큐멘터리 '이제 K리그의 시간!'을 통해 K리그1 수장들이 직접 전하는 2019 K리그1이 방송된다. 2019시즌 K리그1 중계방송사 JTBC3 FOX Sports는 3월 1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대구 FC 시즌 개막전을 동시 생중계(JTBC·JTBC3) 한다.
그 두 번째 주인공은 은수미(56) 성남 FC 구단주다. 지난해 6월 성남시장으로 부임한 은 구단주는 취임 직후 성남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아 팬들에게 인사하는 등 성남 구단과 축구를 향한 열정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시즌 성남의 홈경기마다 빠짐없이 경기장을 찾아 '직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은 구단주는 부임 이후 반 년 만에 경사를 맞았다. 성남이 2년 만에 1부리그에 복귀한 것. 성남은 2018년 정규 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우승팀인 아산이 선수 충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프로축구연맹 이사회 결정에 따라 K리그 승격을 확정 지었다. 은 구단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는 성남의 2019년 시즌권 1호 구매자로 나서면서 새 시즌도 전폭적 지원을 할 것을 시사했다. 2019년 성남의 재도약을 꿈꾸는 은 구단주를 지난 15일 성남시청 내 집무실에서 만났다.
- 성남시에 성남 FC는 어떤 존재인가. "성남 FC는 둥근 축구공처럼 성남을 둥글게, 하나로 만들어 주는 시민 구단이다. 성남은 이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다. 1970년대 초 11만 명이 성남으로 강제 이주했다. 판교와 분당은 정책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원도심과 신도심) 지역 간 연계가 약하고, 소득 격차와 양극화가 심한 도시다. 자칫 잘못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성남의 경기를 보면 시민이 '하나 된 성남' '우리 성남'을 외친다. 축구공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성남을 하나로 만든다."
- 성남 축구의 자랑은. "성남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구단이라는 것이다. 성남 FC로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신인) 일화를 따지면 1980년대부터 시작해 2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구단이다. K리그에서도 역사를 가진 시민 구단은 굉장히 드물다. 기량도 좋다. 지금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경우가 많았다. 다른 구단에 비해 지역과 결합도 잘 됐다. 풍생고처럼 지역 유소년팀도 깊이 뿌리박았고, 황의조처럼 좋은 선수를 배출했다."
- 2년 만에 1부리그에 복귀했다. "시민 구단이다 보니 예산 문제로 고통이 많았다. (구단에) 올해는 예산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의회도 약속에 부응했다. 시에서 예산 문제 때문에 구단을 흔들지 않을 것이다. 올 한 해는 전폭적인 지지를 하겠다. 시민 구단은 구단주가 시장이다 보니 정치적 흐름에 흔들리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일도 없을 것이다. 충분히 안정적으로 즐겁게 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홈 팬들은) K리그1로 올라와서 상위권에 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 지역과 결합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1순위라고 생각한다. 시민 구단으로서 지역·시민·청년·아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됐으면 좋겠다." - 축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구단주로 알려졌다. "취임 당시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들었더니, 구단 대표가 축구전문가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시장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축구전문가로 와서 (팬과) 함께 호흡할 사람을 원했다. 그래서 팬들도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고 성과를 함께 보는 방향을 바랐다. (이재하 대표이사가 새로 왔으니) 나는 (기대에) 부응했다고 생각한다.(웃음) 전문가와 시민·시장이 구단을 함께 키워 가고, 시 전체가 전문가와 연합하며 선수가 연합하는 축제 같은 축구가 됐으면 좋겠다."
K League 제공
- 홈경기는 직접 관전하는 편인가. "시장 취임 전에도 홈경기에 자주 갔다. 취임 이후에는 홈경기를 빠뜨린 적이 없다. 지난 시즌 성남의 홈경기에 다 갔다. 그런 구단주는 없을 것 같다.(웃음)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현일 선수 덕분에 오버헤드킥 하는 것을 처음 봤다. 드문 일이라고 하더라.(웃음)"
- 현장을 자주 찾으면서 축구 자체의 매력도 느끼나. "성남에서 축구를 4년째 보고 있다. 축구가 점점 더 눈에 보인다. 몰입하게 된다. 나는 어린 시절에 '범생이'로 컸다. 팬으로 열광하는 느낌이 드물었는데, 축구를 통해 '팬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서포터즈와 함께하면 힘이 난다. 그 현장감과 열광적인 분위기, 모든 걸 잊고 그 순간에 응원하게 된다. 내가 좀 열정적인 편이다.(웃음)"
- 좋아하는 선수는. "황의조(감바 오사카) 선수가 성남에서 뛸 때 참 좋아했다. 황 선수는 작년에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포상금(1500만원)을 성남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러 왔을 때 만났다. 사인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일본에서도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는 황 선수에게 감사하다. 또 (올 시즌에 주장으로 재선임된) 서보민 주장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지난 시즌에 팀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겨 줬다. 주장으로서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잘 끌어 줬다."
- 올 시즌 목표로 삼은 순위는. "우리는 사즌을 12위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5~6위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욕심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욕심인가.(웃음)"
- 2부리그로 강등되기 전 성남은 수원 FC와 K리그1 사상 최초의 '연고지 더비(일명 '깃발 더비')'를 성사시키며 K리그 흥행을 주도했다. 당시 양 팀 구단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라이벌전 열기에 한몫했다. "안 그래도 염태영 수원시장(수원 FC 구단주)이 '깃발 더비' 얘기를 했다. 그랬던 성남과 수원 FC 모두 2부리그로 떨어졌다. 성남은 승격했고, 수원 FC는 2부리그에 있으니, 올 시즌 수원 FC와 라이벌전을 펼치는 것은 어렵다. 이를 대신할 흥겨운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다."
- 새 시즌을 시작하는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 시즌, 즐겁게 축구를 해 줬으면 좋겠다. 물론 강등되면 안 되고, 경기를 잘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따라다닐 것이다. 그럴 때마다 시민이 선수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지역과 시민 그리고 유소년 축구에 대한 결합 활동을 좀 더 요구하겠지만, 힘든 훈련과 경기 일정 가운데서도 시민과 많이 어울려 줬으면 한다. 선수들이 즐겁게 하는 것은 시민이 안다.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해 주시면 나머지는 우리가 뒤에서 응원하고 성원하겠다. 나도 홈경기는 무조건 다 가겠다. 경기장을 찾아서 한번씩 목청껏 응원해야 시정에도 활력을 받는다.(웃음)"
-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K리그2에서 경기당 평균 관중은 3000여 명이었다. 강등 이전 K리그1 시절에는 7000여 명이 경기마다 관중석을 채웠다. 바람이 하나 있다면, 올해는 1만 명을 목표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축구를 했으면 한다.
성남은 지금까지 주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홈경기를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상반기에는 원도심인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홈경기가 열리고 하반기에는 다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시민과 구단이 더 밀착돼 홈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시민을 만날 때마다 '으쌰으쌰 해서 경기장에 많이 오자'고 말씀드린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