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가 JTBC 월화극 '눈이 부시게'로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다. JTBC 김석윤 드라마 본부장과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끈끈한 관계였다. 두 사람은 JTBC 개국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에서 약 2년 동안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때 인연을 바탕으로 재회, 김혜자의 이름에서 따온 김혜자 캐릭터로 복귀에 박차를 가했다.
김혜자는 '눈이 부시게' 18일 방송분을 통해 드라마 전면에 등판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타임리프를 거듭 시도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잃고 순식간에 25세에서 70대 노인이 됐다. 현실에 순응하지 못하다가 모든 걸 받아들이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자 마음을 다잡는 과정이 그려졌다.
배우 한지민과 2인 1역인 김혜자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하다 보니 두 사람이 합심해 얼마나 일치되는 김혜자를 만들어 내냐가 관건이었다. 그중 김혜자의 미션은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현 21세기를 살아가는 25세 김혜자를 얼마나 리얼하게 표현하냐였다. 김혜자는 데뷔 56년이라는 숫자에서 묻어나는 탄탄한 경험을 바탕으로 섬세한 연기를 펼쳐 내고 있다.
25세 김혜자를 표현하기 위해 보다 얇은 목소리를 사용하고, 말의 속도도 기존보다 빠르게 하고 있다. 말투를 젊은 청년으로 보일 수 있게끔 신경 쓴 것. 특히 가족들이 달라진 겉모습에 알아보지 못하자 "나 혜자야"라고 말을 더듬으면서 울먹거릴 때는 한지민과 싱크로율이 정점을 이뤘다. 김혜자와 한지민이 한 사람으로 겹쳐 보였다.
감동과 웃음의 중심에도 김혜자가 있었다. 갑작스럽게 늙어 버린 현실에 슬퍼하다가도 25세 김혜자의 순수한 모습이 중간중간 튀어나와 미소를 자아낸다. 오빠 손호준(김영수)과 코믹 케미스트리 역시 그의 차지다. 나이 차를 뛰어넘는 오누이 케미스트리로 웃음을 책임진다.
김석윤 본부장이 "김혜자는 '국민 배우'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 김혜자가 아니면 안 되는 코미디가 있다. 대안의 여지가 없는 캐스팅이었다"고 치켜세운 바 있다. 김혜자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회를 거듭하며 입증하고 있다. 젊은 사람이 늙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늙은 사람은 지난날을 어떻게 돌아볼지 등 삶에 대해 성찰하는 깊이가 한층 더 진해졌다. 김혜자의 연기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며 더욱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