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에서 밀린 선수는 각오를 고쳐 먹었다. 젊은 투수는 외인 에이스의 강점 활용에 자극을 받았다. KT 선수단에 모처럼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홈경기는 KT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12일 키움전부터 4연승을 거뒀지만, 17일 삼성과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3-14로 대패했다. 2연속 위닝시리즈 뒤 맞은 4월 넷째 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전패했다. 8연패까지 빠졌다. 안 그래도 경기 기복이 큰 팀이다. 연패를 막아야 했다.
유격수 심우준이 활약했다. 그는 1-0, 박빙 승부던 5회말 2사에서 좌전 안타로 기회를 연 뒤 후속 김민혁의 안타 때 홈을 파고들어 득점에 성공했다. 사령탑이 칭찬할 만큼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다. 앞선 상황에서 나온 수비도 좋았다.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2사 1·2루 위기에 놓였을 때 박계범의 3-유 사이 깊은 타구를 잡아 아웃카운트로 연결시켰다. 6회도 구자욱의 타구를 집중력을 발휘하며 파울플라이로 연결시켰다.
이강철 감독은 "최근에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수비 집중력이 크게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꾸준히 주전을 맡던 그는 신임 감독 체제에서 백업으로 밀렸다. 공격력 강화 기조로 황재균을 유격수로 활용했고, 최근에는 강민국이 공·수 안정감을 더하며 주전으로 나섰다. 백업 경쟁에서도 정현에 앞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긴 경각심이 경기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수 모두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이 감독은 "경쟁 유도라기보다는 좋은 기운이 있는 선수를 활용하려고 한다. 심우준에게 기회가 더 있을 것이다"고 했다.
KT는 내야 선수층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윤석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1루수는 현재 오태곤이 맡고 있다. 복귀하면 유격수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좌익수도 고정 주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마운드에서도 투수 사이 시너지가 있었다. 개막 전까지 의구심을 주던 라울 알칸타라의 연착륙이 2년 차 김민에게 영향을 미쳤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배합해 효과를 본 외인 투수의 투구 내용은 젊은 투수에게 귀감이 됐다. 9일 롯데전을 앞둔 불펜투구에서 구사 연마에 매진했고, 14일 KIA전에서는 8⅓이닝 1실점 호투에 무기로 활용했다.
시즌 중 구종 추가는 어렵다. 그러나 김민은 실전에서 완성도 향상을 노린다. 이 감독은 "알칸타라가 체인지업을 활용하며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게 김민에게 자극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전반적인 팀 경기력도 좋아졌다. 18일 현재 야수진 시즌 실책 개수(39개)는 여전히 가장 많다. 그러나 5월 이후는 공동 5위다. 박빙 상황에서 리드를 지켜내는 수비가 이뤄지고 있다. 시즌 첫 4연승을 거뒀고, 3연속 위닝시리즈도 해냈다. 사령탑은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