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전북 현대와 치열하게 우승 경쟁을 펼쳤던 울산. 지난 11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5라운드 대구 FC와 경기에서 위기가 시작됐다.
울산은 대구와 1-1 무승부에 그쳤다. 승점 1점의 아쉬움보다 더욱 큰 타격은 수장 김도훈 감독이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퇴장을 당한 것이다. 이후 김 감독은 추가징계를 받아 총 5경기 동안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됐다.
감독이 없는 첫 경기가 26라운드 전북과 경기였다. 올 시즌 우승 판도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승부처에 김 감독이 없었다. 결과는 0-3 참패. K리그1 순위도 바뀌었다. 승점 56점을 쌓은 전북이 1위를 탈환했고, 승점 55점에 머문 울산은 2위로 추락했다. 라이벌전 참패의 후폭풍은 클 수 밖에 없다.
앞으로 4경기 더 김 감독이 벤치에 앉을 수 없고, 라이벌전에서 대패를 후유증이 크다. 1위 자리도 뺏긴 상황이다. 가라앉은 분위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핵심 동력인 감독의 부재. 울산이 앞으로 하락곡선을 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한 이유다.
울산이 우승경쟁에서 이탈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27라운드에서 전북과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면 올 시즌 내내 진행됐던 치열한 우승전쟁이 조기마감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나왔다.
울산의 운명이 걸린 27라운드가 열렸다. 24일 울산종합운동장. 상대는 상주 상무였다. 상무는 상위스플릿에 포함된 만만치 않은 팀. 게다가 지난달 24일 맞붙어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울산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팀이었다. 울산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울산 위기설'을 날려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승리뿐이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 울산이 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보란듯이 깨졌다. 울산은 '언제 위기가 있었나?'를 말하는 듯 엄청난 폭발력을 과시하며 대승을 일궈냈다.
강민수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김보경·김인성·황일수(2골)가 연속골을 넣으며 김민혁의 1골에 그친 상주를 5-1로 대파했다. 우승후보의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이번 승리로 울산은 위기설을 완전히 잠재웠다.
특히 울산은 올 시즌 두 번째 '5골 폭죽'을 터뜨리며 최강의 모습을 드러냈다. 8월에만 두 번째다. 지난 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24라운드에서 김인성·강민수·김보경·주민규·주니오의 연속골이 터지며 5-0 승리를 일궈냈다.
우승팀이 최강의 화력을 갖추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 상대를 압도적으로 몰아붙이며 대승을 완성하는 모습은 우승후보로 모자람이 없었다. 올 시즌 두 번 5골을 터뜨린 팀은 K리그1에서 울산이 유일하다. 5골 대승으로 울산은 잠시 떨어진 자신감과 자긍심을 완벽하게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울산은 K리그1 1위를 다시 탈환했다. 같은 날 열린 27라운드에서 전북은 성남 FC와 1-1 무승부에 그쳤다. 전북은 후반 12분 상대 임채민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다 후반 43분 사무엘 호사의 만회골로 가까스로 승점 1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27라운드 결과로 울산은 승점 58점을 쌓으며 1위로 올라섰고, 전북은 57점에 머물며 2위로 추락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전북전 이후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과 함께 한 시간이 소중했음을 느꼈다. 우리 선수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충분히 우승할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다. 개인이 아닌 팀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호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아직까지 시즌이 끝나기 전에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25라운드, 26라운드 그리고 27라운드까지 매 라인드 1위 자리를 차지한 팀의 이름이 바뀌었다. 울산이 빠른 시간 내에 위기를 극복하면서 역대급 우승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두 팀은 오는 9월 1일 28라운드를 치른다. 울산은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을, 전북도 FC 서울 원정을 떠난다. 28라운드가 끝난 뒤 1위 자리에 누가 올라있을 지는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