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35라운드 경기가 열린 27일 인천 숭의동 인천축구전용구장. 전광판 시계가 전반 6분을 가리킨 순간, 모든 관중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인천 홈 팬은 물론, 수원 원정 팬도 응원을 멈추고 박수 대열에 동참했다. 1분간 이어졌던 박수 소리는 “유상철”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경기장은 다시 뜨거운 대결로 돌아갔다.
‘다 함께 박수’는 투병 중인 유상철(48) 감독을 위해 인천 서포터스 파랑검정이 기획한 퍼포먼스다. 파랑검정은 “모든 관중이 박수를 통해 유 감독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는 이벤트를 구상했다”며 “전반 6분은 유 감독의 현역 시절 등 번호 6번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파랑검정은 ‘당신과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함께 이겨내자’ 등 네 가지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내걸었다.
19일 인천의 성남FC 원정경기 당시, 벤치에 앉은 유 감독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황달 증세까지 보였다. 경기 후 인천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라커룸을 나서는 모습이 목격됐다. 유 감독이 중병에 걸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인천 구단은 20일 “유 감독 건강 상태가 악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릇된 소문과 추측성 보도로 인해 감독과 주변 관계자들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유 감독은 경기 후 병원에 입원해 정밀 검진과 체내 독소를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24일 퇴원했다. 서둘러 팀에 돌아온 건 수원전을 앞둔 선수단을 다독이기 위해서다. 몸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시즌 남은 일정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치료를 받겠다”고 구단에 통보했다. 강등권에서 생존 경쟁 중인 팀을 걱정해서다. 구단은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감독대행 체제까지 고려했지만, 유 감독의 단호한 의지를 확인하고 계속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승부도 드라마틱 했다. 0-1로 끌려가던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명준재의 동점골이 터지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주저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유 감독은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유 감독은 “구단은 휴식을 권했지만, 계속 팀을 이끌고 싶다”며 “병실보다는 선수들과 함께 현장에 있어야 회복도 빠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