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영주, 일간스포츠 배우 정영주(48)가 MBC 주말극 '황금정원'을 통해 표독스러운 엄마 신난숙으로 주말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피 싸대기, 머리채 잡고 목 조르기 등 독한 악행이 거듭 되며 일명 '주말 스릴러퀸'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 지독한 모성애를 자랑했다. 실제로 만난 정영주는 시원시원한 성격에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베테랑 배우였다. 60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미친 매력의 소유자였다.
-'황금정원'이 종영됐다.
"무대는 두 달 반 동안 연습해서 집중력 있게 3시간씩 풀어낸다. 드라마는 짧으면 한 달 반, 길면 6개월까지 한다. 매일 새로운 과제를 받고 그게 계속 연결되니 쉽지는 않았다. 내게 주어진 숙제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다."
-JTBC 월화극 '열여덟의 순간'도 병행했다.
"방송도 하루 이틀 간격을 두고 하고 캐릭터도 상반됐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열여덟의 순간'에 가면 '황금정원' 난숙이를 까먹고, 난숙이 하면 열여덟을 까먹고 그랬다. '와우! 버라이어티 한데?' 그러면서 연기했다."
-신난숙은 정말 악독했다.
"악독함 때문에 마음이 부딪히기도 하고 대사 연습을 하면서 '이걸 어떻게 해?' 이런 적도 있다. 한편으론 얘가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했다. 대본 리딩을 수요일마다 했는데 내 앞자리에 있던 김영옥 선생님이 '천하의 나쁜 년들'이라고 했다.(웃음) 욕을 듣는 맛도 있었다. 동료 배우들이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하냐'고 하면서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아무리 그래도 악역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연기를 하고 나면 진짜 힘들다."
-정신적으로 진짜 힘들 것 같다.
"정신적으로 기가 빨려서 내 촬영신이 아닐 때는 배우들, 스태프들과 농담하고 그랬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못된 짓을 할 것 같더라. 극 중 상황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진짜 내 감정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했다. 난숙이를 하면서 내 말투에도 난숙이가 불쑥불쑥 나올 때가 있었다. 엄마가 전화 통화할 때 난숙이 같다고 하기도 하고 아들이 그렇게 얘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밥집에 가서 주문할 때도 그런 모습이 나온다고 하여 조심했다."
-너무 악독한 악역이라 주위에서 오해하지 않나.
"식당 가면 연세 지긋한 분들이 '왜 그렇게 못 되게 연기하냐'고 등을 때리고 생선 한 조각 더 주고 그런다. 그런 반응은 tvN '부암동 복수자들' 때가 최고였다. '와, 죽일 년이다!' 이런 얘기를 길 한복판에서 들은 적 있다. 하지만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그게 칭찬이고 관심 있게 봐준다는 것 아닌가. 정색하지 않고 '정말 못됐죠?'라고 호응해준다. '황금정원' 이후엔 할아버지들이 많이들 알아본다. 이런 반응이 굉장히 감사하다."
-연기하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나.
"요즘은 이유 있는 악역을 선호하더라. 이유가 있어야 악행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난숙이의 악행은 있지도 않은 내 것을 지키려고 하는 오류에서 온 것이다. 난숙이는 자긴 미친 듯이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고 한다. 진짜 악착 같이 자기 것을 지키는 것밖에 몰랐다. 그게 사회적이지 못한 것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연민이 생겼다."
-목소리가 주는 느낌이 굉장히 좋다.
"내 음성이 독특하다고 많이 기억해주더라. 어릴 때는 목소리가 크고 걸걸하다고 도널드 덕 같다는 놀림을 받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약점이었던 걸 장점으로 바꾸는 방법을 택하길 잘했다 싶다. 음성으로 하는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설득력이 더 있다고 해준 분들도 있다."
-TV 연기를 계속해서 도전할 생각인가.
"TV 연기는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 모니터 하면서 '왜 저렇게 했어?' 이런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갈 길이 있어야 도전하는 맛, 고민하는 맛도 있지 않겠나. 계속 도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