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규약에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각 구단 전력 평준화와 선수들의 권익을 위한 새 지평이 열렸다는 평가다.
KBO는 지난 21일 열린 2020년 첫 이사회에서 21년 만에 프리에이전트(FA) 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결정했다. 골자는 준척급 FA들과 베테랑 FA들의 숙원과도 같았던 등급제 도입. 1999년 FA 제도가 처음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변화다. 당장 올 시즌이 끝난 뒤부터 시행된다.
신규 FA는 기존 FA 계약 선수를 제외한 선수 가운데 최근 3년 평균 연봉과 평균 옵션 금액으로 순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등급별로 보상 규정을 완화했다. 예를 들어 A등급(구단 연봉 3위 이내·전체 연봉 30위 이내)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기존 보상안과 마찬가지로 전년도 선수 연봉의 300% 현금 보상 또는 보호 선수 20인을 제외한 선수 1명과 연봉 200% 현금 보상을 원 소속팀에 해야 한다.
반면 B등급(구단 연봉 4~10위·전체 연봉 31~60위) 선수는 보호선수 범위를 25명으로 늘리고 보상 금액도 전년도 연봉의 100%로 완화했다. C등급(구단 연봉 순위 11위 이하·전체 연봉 순위 61위 이하) 선수는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하면 된다.
단 35세 이상의 신규 FA 선수는 연봉 순위와 관계 없이 C등급을 적용해 선수 보상 없이 이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두 번째로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신규 FA B등급과 동일하게 보상하고, 세 번째 이상 FA 자격 선수는 C등급과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선수협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FA 기한 단축은 올 시즌 직후가 아닌 2023년 시행으로 미뤄졌다. 2022시즌이 끝난 시점부터 고졸 선수가 기존의 9시즌이 아닌 8시즌을 채워도 FA 자격을 얻게 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대졸 선수는 8시즌이 아닌 7시즌을 채우면 FA가 된다.
구단 비용 절감과 전력 평준화를 위한 샐러리캡 제도 역시 FA 기간 단축 시기와 동일하게 2023시즌부터 도입된다. 2021년과 2022년의 각 구단 연봉 상위 40명(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 제외) 평균 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한액으로 설정했다. 일단 2023년부터 이 기준이 3년간 유지된다.
A구단 단장은 이와 관련해 "당초 선수협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FA 기간 단축을 시행하려 했지만, 각 구단의 이해 관계가 달라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전 실행위원회에서 가장 오랜 시간 토론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는 각 구단 예산과 관련된 문제라 당장 올 시즌 이후 도입은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 역시 "FA 기간 단축을 올 시즌 직후 바로 시행하면 예기치 못했던 선수들이 FA 시장에 쏟아져 나와 각 구단의 예산 확보와 조정에 큰 혼란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샐러리캡과 병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대신 샐러리캡을 기존 추진안보다 완화된 형태로 도입해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한액 초과를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되 이른바 '사치세' 개념의 '소프트캡'으로 운영해 각 구단이 그 이상의 금액을 지출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는 의미다.
류 총장은 "시행 시기가 3년 정도 미뤄졌을 뿐이지 전체적으로는 선수들의 권익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 변경이 이뤄졌다. 이는 선수협에서도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FA 제도 도입 21년 만에 등급제가 도입되고, 최저 연봉도 인상되는 등 큰 변화가 생기지 않나. 앞으로 KBO 리그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각 구단은 샐러리캡 도입과 동시에 외국인선수 샐러리캡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 구단이 외국인 선수 3명과 계약할 때 지출할 수 있는 최대 비용은 연봉, 계약금, 옵션, 이적료를 포함해 400만 달러로 제한된다. 전체 샐러리캡과 달리 절대 상한액을 넘어서는 안되는 '하드캡'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