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뮤지컬 배우 규현이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믿고 듣는 가왕의 실력에 한층 풍성해진 표현력으로 '규윈플렌'을 만들었다.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뮤지컬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2018년 초연 때보다 더욱 실감나는 무대 장치와 훨씬 견고해진 서사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병역 의무를 마치고 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 규현은 업그레이된 2020 버전 '웃는남자'에 합류했다. 가장 밑바닥부터 높은 곳까지 경험한 소용돌이 인생 속에 놓인 그윈플렌 역을 맡았다. 규현은 "다년간의 예능 분장으로 이 정도는 가볍게 한다"며 기이하게 찢어진 입 분장을 소화했다. 슈퍼주니어 활동으로 다져진 자연스러운 동작들은 온몸으로 감정을 토해내는 연기들과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웃는 남자'의 하이라이트 넘버가 펼쳐지는 상원 씬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앤 여왕과 앙상블이 선사하는 넘버 '우린 상위 1프로'가 그들의 권위에 취해 부르는 곡이라면, 이어지는 그윈플렌이 선사하는 '그 눈을 떠'는 넓은 세상을 보고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해달라는 그윈플렌의 강력한 호소가 녹아 있는 넘버다. 규현은 '그 눈을 떠'에 이어지는 '웃는 남자'까지 그윈플렌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권력층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돌변하는 표정과 몸짓이 압권이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극의 주제를 축약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웃는 남자'는 커튼콜에선 규현의 익살스런 매력도 볼 수 있다. 끝까지 극에 몰입한 모습으로 달빛을 등지는데, 여지를 남기는 결말을 해소하는 퇴장이다. 공연은 3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