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재계 1위 기업의 오너답게 통 큰 성금에 의료용품 지원, 일자리 창출 등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착한 경영’ 행보 중인 이 부회장은 조만간 과거 ‘나쁜 경영’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해 주목된다.
삼성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성금과 의료용품 등 3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경북 영덕연수원도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가장 먼저 제공했다.
국내 마스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 기술을 아낌없이 내줬고, 인적 자원까지 투입했다. 마스크 금형 제작에 보통 1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삼성은 삼성전자 정밀금형개발센터에서 7일 만에 금형을 제작해 마스크 제조사에 제공했다. 또 삼성은 해외지사와 법인을 통해 구입한 마스크 33만개도 모두 기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협력사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300억원 어치를 구입해 지급했고,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이 지금과 같이 힘들 때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 이번 일로 고통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는 이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며 남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도 중단없이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취소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2018년 자신이 밝혔던 3년간 4만명 직접 채용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채 일정 연기는 불가피하지만 채용 규모는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입 규제 등으로 매출 규모가 급감했음에도 채용을 늘려나갔다. 2019년 반도체 불황에도 1년 새 삼성전자의 임직원은 2246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수는 10만5257명으로 집계됐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에도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경북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했다. 또 지난달 삼성전자 화성사업장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의 이런 위기 극복 행보와 함께 조만간 있을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입장 발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무노조 경영에 관련해 총수인 이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의제를 선정해 의제별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담아 삼성그룹에 권고했다. 답변 시한은 오는 10일까지다.
이에 이 부회장이 어떤 ‘대국민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은 충실히 검토하고 있다는 말밖에 드리지 못한다. 부회장님은 평소대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