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세상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 안에서 뛰는 22명과 이들을 지휘하는 감독 역시 사람이다. 선수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 활용하는 감독, 감독이 원하는 전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선수. 이보다 더 케미가 좋을 수는 없다. 케미는 화학 반응을 나타내는 케미스트리(chemistry)에서 따온 말로, 사람들 사이에 조화나 주고받는 호흡을 말한다. 2020시즌 K리그에는 서로간에 케미가 좋은 선수와 감독의 조합을 알아본다.
▲강원 김병수 감독 휘하로 모인 영남대 출신 선수들
강원 김병수 감독은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성남에서 FA 신분이 된 임채민 영입을 시작으로 전북 김승대 임대, 서울이랜드 이병욱, 신인 서민우 등을 품에 안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학 무대에서 김병수 감독에게 지도를 받은 영남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김병수 감독은 지난 2008년부터 약 8년간 영남대 감독직을 맡으며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2018시즌 도중 강원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로도 본인만의 색깔 있는 축구를 선보이는 김병수 감독은 빌드업을 책임질 수비수 임채민과 이병욱부터 미드필더 서민우, 최전방 공격수 김승대까지 본인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로 스쿼드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이자 K리그에서 이미 잔뼈가 굵은 임채민과 김승대 모두 감독님을 보고 강원에 왔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김병수 감독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 시즌 강원의 축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인성 사용법‘을 아는 김도훈 감독
울산 김도훈 감독과 가장 인연이 깊은 선수를 고르라면 단연 김인성이다. 김인성은 2015시즌 인천에서 김도훈 감독의 지휘 아래 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이듬해 울산으로 이적한 뒤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주전 경쟁에 밀리고 부상까지 겹치는 등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7년 김도훈 감독이 울산에 부임한 뒤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본인의 주특기인 빠른 발을 활용해 상대의 수비진을 뒤흔드는 김인성은 중요할 때마다 득점을 기록하며 울산의 주요 공격 자원이 됐다. 김도훈 감독이 인터뷰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특히 김인성은 지난 2019시즌 리그 9득점 3도움을 올리며 본인의 커리어 하이를 달성함과 동시에 31살의 나이로 A매치에 데뷔하는 영광을 누렸다. 올해 울산에서만 다섯 번째 시즌을 앞둔 김인성이 스타 군단으로 거듭난 울산에서 어떤 역할을 부여받을지 기대해본다.
▲승격의 맛을 아는 자들은 제주로 모여라
남기일 감독은 광주와 성남을 모두 승격시킨 경험이 있는 승부사다. 그 경험을 살려 2020시즌에는 지난해 K리그2로 강등된 제주의 감독직을 맡았다. 어깨가 무겁지만 항해를 도와줄 믿을만한 뱃사공들을 제주로 불러모았다. 먼저 광주에서 한솥밥을 먹은 정조국과 윤보상이 대표적이다. 정조국은 남기일 감독의 지도 아래 2016시즌 K리그1 득점왕,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윤보상 역시 남기일 감독 시절 광주에서 주전급 골키퍼로 활약한 바 있다.
또한 지난 시즌까지 성남에서 함께 했던 에델, 공민현, 박원재, 김재봉, 이은범, 조성준 모두 남기일 감독의 부름에 응했다. 특히 조성준은 이미 광주, 성남에서 남기일 감독과 함께한 바 있어 총 3개의 팀에서 사제지간으로 다시 만나는 대단한 인연이다. 이들 모두 남기일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K리그1에서 K리그2 무대로 주저 없이 향했다. 올 시즌 제주의 승격은 이들의 발끝에 달려있다.
▲인천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난 사제지간
올해 인천이 안산에서 영입한 수비수 김연수는 내셔널리그부터 K리그2, 마침내 K리그1으로 차근차근 올라온 성장형 선수다. 지난 2017시즌 서울이랜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연수는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이후 안산으로 이적한 뒤 임완섭 감독을 만나 2018, 2019 두 시즌 동안 리그 50경기에 출전하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김연수는 “임완섭 감독님이 원하는 역할은 뭐든지 다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를 증명하듯 안산 수비진의 핵심으로 톡톡히 활약했다. 올 시즌 1월 김연수가 인천에 합류하고, 한 달 뒤에 임완섭 감독이 인천으로 부임했으니 감사한 은사를 운명처럼 다시 만난 셈. 본인을 믿어주는 감독 아래서 김연수가 써내려갈 K리그1 무대 성장기를 기대해본다.
이 밖에도 조덕제 감독과 수원FC에서 승격을 경험했던 권용현은 지난 시즌 조덕제 감독이 이끄는 부산에서 다시 한번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 역시 서울에서 함께한 이규로, 이웅희 등을 불러모았다. 한편 프로 첫 감독 데뷔를 앞둔 감독들도 제자들과 다시 만났다. 서울이랜드 정정용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인연이 닿은 이상민, 김태현 등을, 경남 설기현 감독은 성균관대 제자 김호수, 김영한, 김규표를 나란히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