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개막한 KBO리그가 세계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막 후 3경기만 봤을 뿐인데 외신들은 칭찬과 감탄을 쏟아내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K-Ball' 열풍이다.
그러나 흥겨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장면이 나왔다. '심판 판정에 대한 갈등'이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심판에 대한 불신'이다.
한화 주장 이용규는 7일 인천 SK전에서 4타수 2안타·2득점을 기록한 뒤 방송사와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축하와 덕담이 오간 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용규는 "다른 선수들도 그렇고, 다른 팀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억하심정이 있는 건 아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공 판정에 대해, 일관성에 대해 불만이 굉장히 많다"라고 말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을 의도적으로,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어 이용규는 "안타 하나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심판들께 부탁을 드리고 싶다. 선수들이 너무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선수 입장도 생각해주셔서 조금만 신중하게 잘 봐주셨으면 한다. 노력하시는 걸 알고 있지만, 선수들 마음도 헤아려주시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예의를 갖춰 말했지만, 그의 말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선수들이 경기 중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경기 후 냉정해진 상태에서 인터뷰를 통해 어필하는 사례는 처음이었다.
이용규가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날 경기 중 '문제의 장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회 타석에서 SK 잠수함 투수 박종훈을 상대했을 때다. 초구가 볼로 판정을 받았다. 포수 마스크 높이였다. 키가 크지 않고, 웅크린 타격자세를 가진 이용규의 어깨높이였다. 그래서 주심이 볼로 판정한 것이다.
박종훈의 2구는 1구와 거의 같은 곳으로 들어왔다.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이용규가 타석에서 물러나며 아쉬움을 드러낸 장면이다. 3구째는 1·2구보다 아주 약간 낮게 들어와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볼카운트가 몰린 이용규는 5구 만에 헛스윙 삼진 아웃됐다.
스트라이크 투구 분포를 분석하는 '스트존'에 따르면, 문제의 공 3개는 보더라인을 타고 들어왔다. 만약 이 장면만 가지고 이용규가 어필했다면 근거가 약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용규의 말을 흘려들을 순 없다. '스트존'에 표시되는 가상의 존은 2차원이다. 3차원의 실제 존을 완벽하게 나타낼 수 없다. 또한 야구규칙이 정의한 스트라이크존 상단은 어깨의 윗부분과 바지의 윗부분의 중간점이다. 이용규 입장에서는 1·2구가 높았다고 볼 수 있고, 탄착점이 거의 같은 투구가 다른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일관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같은날 광주에서도 공 판정에 대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3회 말 KIA 공격 때 주심이 더그아웃에 있던 키움 투수 브리검에게 경고한 것이다. 브리검은 마운드에 있는 동료 최원태가 불리한 공 판정을 받는다고 생각해 더그아웃에서 소리친 것이다.
키움 투수 최원태는 KIA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 가운데 1·3·5구가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스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가라앉는 투심 패스트볼이 모두 볼 판정을 받았다. '스트존'에서는 3·5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이 경기를 중계한 허구연 해설위원은 "키움 외국인 선수(브리검)가 항의할 만 했다"고 말했다.
두 장면 모두 뜨거운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었다. 특정 장면만 보면 "선수가 옳았다" 또는 "심판이 잘 봤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선수와 심판, 그리고 팬 사이의 불신이 수년 동안 축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리그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은 이미 인간의 시력을 이미 앞질렀다. 주심의 아날로그 판정을 1~2초 후 디지털 화면으로 검증하는 시대다. KBO는 하반기 퓨처스(2군)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테스트 한다. 지난해 미국 독립리그에서 시험한 바로는 아직 오류가 꽤 많이 나온다고 한다.
로봇 심판이 완전해질 때까지 굳이 기다려야 하나 싶기도 하다. 현재 레이더 추적 기술로도 볼-스트라이크를 '인간보다는'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레이더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서로 싸울 일이 없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 고유의 영역이자 권위의 상징이었다. 2014년 메이저리그와 KBO리그가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지만, 볼-스트라이크 판정은 판독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사이 팬과 선수들은 더 정확하고 디테일한 데이터로 심판 판정을 '판정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잘못이 아니라 기술의 진보 때문이다.
아웃-세이프 판정을 비디오에 처음 맡겼을 때 한국도, 미국도 걱정이 많았다. 시스템이 안정되자 불필요한 갈등이 줄었다. 이제는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소모를 줄여야 할 때다. 공 판정도 비디오 화면과 레이더 기술에 의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게 선수와 심판, 그리고 리그의 가치를 지키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