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거포’ 한동민(31·사진)이 홈런 공장의 자존심을 홀로 꿋꿋이 지키고 있다.
한동민은 12일까지 홈런 4개를 쏘아 올려 홈런 1위다. 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3회와 6회에 연달아 쳤다. 3회 투런포는 오른쪽 담장을 넘겼는데 비거리가 120m였다. 8일 롯데전에서도 솔로포를 쳤다. 그는 장타율(0.944) 부문 전체 1위다. 한동민은 12일 LG 트윈스와 경기에서는 첫 타석에서도 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4호포다.
SK는 한때 홈런 공장으로 불렸다. 2017시즌 팀 홈런 234개로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2018시즌에도 233개로 팀 홈런 1위를 지켰다.
지난 시즌 공인구 반발력을 떨어뜨리자 SK 타선의 홈런이 급감했다. NC 다이노스(128개)와 삼성 라이온즈(122개)에 밀린 3위(117개)였다.
한동민의 홈런도 줄었다. 2018시즌 홈런이 41개였는데, 지난 시즌에는 12개였다. 3분의 1토막이 났다. 사실 2018시즌은 한동민 야구 인생의 클라이맥스 같았다. 그는 키움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 연장 10회 말에 끝내기 홈런을 쳤다. 그 덕분에 SK는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우승했다. 한국시리즈에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도 안았다.
그랬던 방망이가 불과 한 시즌 만에 잠잠했으니 한동민 자신도 자책감이 컸다. 그는 “공인구 교체 여파로 못 친 것만은 아니다. 그저 기술적으로 부족했다. 투구에 대응하는 데 약점도 보였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연말에도 계속 야구장에 나갔고, 개인훈련을 위해 해외도 다녀왔다.
한동민은 타격폼 바꾸기에 주력했다. 뒤로 처졌던 히팅 포인트(배트로 공을 맞히는 지점)를 앞으로 당겼다. 지난해에는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수정하다가 리듬을 잃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 부임한 이진영 타격 코치와 함께 더 오래 끈기를 가지고 했다. 빠른 스윙 타이밍에 맞는 타격폼으로 잘 교정됐다.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장타력에 시동을 걸었고, 개막 후에는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 홈런 공장의 위력이 보이지 않는다. 팀 홈런 5개로 9위다. 한동민이 살아난 건 SK로선 천만다행이다. 그는 “겨우내 훈련한 대로 원하는 포인트에서 공을 맞히고 있다. 팀이 승리하려면 장타가 계속 나와야 한다. 지난 시즌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