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어수선한 상황을 딛고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3연전 가운데 두 번을 끝내기로 이겼다.
LG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9-7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4-7, 3점 뒤진 채 맞이한 9회말 공격에서 4득점을 했다. 로베르토 라모스가 만루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다.
LG는 2019시즌에 KT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13승(3패)을거뒀다. KT가 413일 만에 위닝 시리즈를 노렸지만,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무산시켰다. 2020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기세를 내주지 않았다.
어수선한 경기였다. 타선은 1회말 공격에서 선제 3득점을 했다.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로부터 3연속 사4구로 출루했고, 5번 타자 김민성과 6번 타자 정근우가 연속 적시타를 쳤다. 그러나 선발투수 임찬규가 2회에 흔들렸다. 1사 1루에서 연속 4안타를 맞고 4점을 내줬다. 만루에서 KT 2번 타자 배정대에게 우월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LG는 2회 공격에서 1사 1루에서 김현수가 우전 적시타를 치며 다시 동점(4-4)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류가 점차 이상해졌다.
3회말 공격에서는 득점이 무효가 됐다. 1사 1·3루에서 유강남이 우중간 외야로 타구를 보냈고, 3루 주자 정근우가 태그업 뒤 쇄도해 송구보다 먼저 홈플레이트를 터치했다. 판정도 세이프. 문제는 다음 상황. 후속 타자 오지환을 상대하려던 쿠에바스가 3루로 '어필' 플레이를 했고, 이기중 3루심이 인정했다. 더그아웃에서 상황을 인지한 정근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좌측에서 잡힌 중계 화면을 보면 정근우가 3루 베이스에서 발을 뗀 순간은 KT 우익수 로하스의 포구보다 빠르지 않았다.
이 상황 뒤 LG의 공격은 소강상태가 됐다. 쿠에바스의 기세는 살아났다. 악재도 생겼다. 7회 수비에서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쏟아졌다. 바뀐 투수 김대현이 1사 2루에서 배정대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지만, 2루 주자를 잡으려다가 악송구를 했다. 공이 외야로 흘렀고, KT 주자 황재균은 홈을 밟았다.
이어진 상황에서는 바뀐 투수 진해수가 조용호에게 1루 땅볼을 유도한 뒤 커버를 들어가 1루수의 토스를 잡았지만 베이스커버에 실패했다. 비디오판독으로도 세이프 판정이 번복되지 않았다. LG는 셋업맨 정우영을 마운드에 올려 불을 끄려고 했지만 박경수와 장성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추가 2실점을 했다.
그러나 대역전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9회말에 선두타자로 나선 유강남과 대타 정주현이 KT 좌완 하준호로부터 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대타 박용택은 바뀐 투수 김민수에게 내야 뜬공을 치며 물러났지만, 김현수가 적시타를 치며 추격을 시작했다.
후속 타자 채은성까지 중전 안타를 치며 1사 만루 기회를 만든 상황. 앞선 네 타석에서 안타가 없던 4번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 전날 열린 2차전에서도 안타가 없던 그가 5번 타자의 타석을 지웠다. 볼카운트 2-2에서 들어온 131㎞(시속)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은 시즌 1호, 통산 8호다.
앞선 1·2·7회 득점 기회마다 범타로 물러났던 라모스가 속죄포를 때려냈다. 자신의 시즌 7호포를 가장 극적인 순간로 연출했다.
LG는 22일 열린 1차전에서도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4-5로 뒤진 채 맞이한 9회말 공격에서 당시 KT 마무리투수던 이대은을 상대로 정근우와 홍창기가 연속 출루로 기회를 만들었다. KT 벤치가 유강남을 고의4구로 내보내며 만루 작전을 폈지만, 김민성이 바뀐 투수 김재윤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김현수는 내야 전진 수비를 뚫고 끝내기 적시타를 쳤다.
3차전에서는 3회말에 나온 3루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 뒤에 급격하게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정근우의 허슬 플레이가 이어졌지만, 마운드마저 흔들렸다. 그러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아직 미완인 KT 불펜진을 공략했다. 김재윤, 주권 등 셋업맨이 휴식을 부여 받은 틈을 놓치지 않다. 이 경기에서 LG가 패했다면 심판진의 판정 논란은 더 거세졌을 것이다. LG가 정의 구현 승리를 해냈다.
경기 뒤 류중일 LG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근 계속 보여준 경기력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승을 만들었다. 라모스가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치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준 것에 대해 박수를 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LG는 시즌 11승 6패를 기록하며 리그 2위를 지켰다. 잠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