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고척 롯데전에 앞서 키움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2)의 이름이 1군 엔트리에서 지워졌다. 브리검은 이날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오른 팔꿈치 통증 탓에 불발됐다. '대체 선발'로 김재웅을 내세운 손혁 키움 감독은 "브리검이 내일(27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문제가 없으면 (로테이션을) 한 턴 쉬면 될 텐데 치료하는 걸 봐야 다음 등판 스케줄이 나올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올 시즌만 벌써 두 번째 팔꿈치에 탈이 났다. 브리검은 5월 26일 불펜 피칭을 하다 오른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이튿날 경미한 통증이 계속돼 진료를 받았고, 염증 소견이 나와 1군에서 빠졌다. 당시 구단은 "약 3주의 재활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주사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브리검은 48일 후에 돌아왔다. 그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난 14일 복귀한 브리검은 선발로 두 경기를 뛴 후 전열에서 다시 이탈했다. 두 달 사이 두 번이나 팔꿈치가 아프니 키움 구단과 손혁 감독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17년 5월 션 오설리반의 대체 선수로 히어로즈와 계약한 브리검은 '장수 외국인'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세 번이나 재계약에 성공하며 올해까지 4년째 활약 중이다. 에이스로서 많은 이닝을 책임졌고, 투구수도 그만큼 늘었다. 2018년에는 정규시즌 199이닝을 소화하며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투구수(3089개)를 기록했다.
브리검은 지난 시즌까지 약 3년 동안 83경기(선발 82경기)에 등판했다. 투구수는 7859개로 이 기간 전체 5위. 대체 선수로 계약해 2017년 개막 후 한 달 이상 동안 뛰지 못했다는 걸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팀 동료인 최원태(6932구)보다 900구 이상을 더 던졌다. 중요한 경기에 자주 투입된 브리검의 피로도는 상당히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A구단의 외국인 스카우트는 "브리검은 이닝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기로 해서 많은 이닝을 던졌다"고 귀띔했다.
키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요키시를 제외하면, 키움의 선발진은 하나같이 불안하다. 3선발 최원태, 4선발 이승호, 5선발 한현희까지 모두 5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최원태가 4승 4패, 평균자책점 5.04로 부진하다.
대체 자원이 많은 상황도 아니다. 브리검이 5월 처음으로 통증을 호소했을 때 대체 선발로 기용한 조영건은 7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문성현과 김재웅도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지 못했다.
손혁 감독은 "브리검의 공백이 장기화한다는 진단 결과가 나오면, (대체 선발로) 김태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불펜 롱릴리프로 멀티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김태훈이 선발로 전환하면 불펜의 무게감은 그만큼 줄어든다. 불펜 약화가 뻔히 보이지만 일단 브리검의 공백을 메우는 게 시급하다고 손혁 감독은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