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캐릭터에 이어 본체 캐릭터까지 터졌다. 배우 엄태구를 향한 관심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종영한 tvN 예능 '바퀴달린 집' 최고 수혜자를 꼽으라면 단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엄태구다. 영화 '판소리 복서'에 함께 출연한 김희원과의 인연으로 '바퀴달린 집' 나들이에 나섰던 엄태구는 그간 작품을 통해 보여진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실제 성격으로 시청자들의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짙은 인상과 달리 시종일관 수줍어 하면서 조신한(?) 매력을 뽐낸 엄태구는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독특한 캐릭터임을 각인시켰다. '그동안 어떻게 그런 연기들을 소화해 냈을까' 역으로 의아하게 만들었을 정도. 김희원의 음주 메이트가 아닌 커피 메이트라는 점도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독립영화부터 차근차근 내공을 쌓으며 성장한 엄태구는 영화 '차이나타운' '밀정' '택시운전사' '안시성', 드라마 '구해줘2' 등 작품에서 독보적 카리스마와 함께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배역의 비중과 상관없이 '아, 그 캐릭터!' 하면 모두가 알아차릴 정도로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악역전문 매운맛 캐릭터들로 일찌감치 인정받은 본업 능력치가 있기에 순한맛 엄태구의 깜짝 공략도 빵 터질 수 있었다. '밀정' 송강호, '안시성' 조인성 등 엄태구는 현장 선배들에게 예쁨 받는 후배로도 유명했다. 엄태구의 평소 모습 역시 선배들에 의해 솔솔 전해지며 알만한 사람들은 익히 잘 알고 있었던 바, '놀리는 맛'도 친근하고 예뻐야 가능하다.
특히 '안시성'을 함께 했던 조인성은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엄태구 없는 엄태구 방송을 완성하기도 했다. 당시 조인성은 "태구는 심신이 좀 약하다. 예능에 나온다고 하면 이틀 전부터 땀을 흘릴 것이다. 태구를 섭외하려면 구급차를 대기시켜야 한다"며 엄태구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구급차 없이 첫 예능 신고식을 잘 치러낸 엄태구에 선배들이 더 뿌듯해 하지 않을까.
겸손함도 타고났다. '판소리 복서' 인터뷰 당시 '말이 없다'는 소문보다 유쾌한 성격에 놀라움을 표하자 "재미있어 하는 분들도 있고 답답해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는 재미없는 후배인 것 같다. 필요없는 후배, 쓸모없는 후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적응을 못하는 것 같고, 끼지 못하는 것 같으면 선배님들이 다 알아서 끌어 가며 챙겨주신다. 좋은 선배님들을 잘 만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번에 상승한 호감도와 인지도에 네티즌들이 엄태구를 언급하는 빈도수도 달라졌다. 엄태구와 관련된 과거 미담과 일화들도 속속 공개되고 있고, 최근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 매니저 가상 캐스팅에 강력 추천을 받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다만 친분 등 특수성이 있었던 '바퀴달린 집'과 달리 또 다른 예능에서 자주 만날 수 있게 될지는 미지수다.
한 평론가는 "대사없이, 눈빛과 이미지만으로도 장면과 캐릭터를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는 배우다. 미친 연기력을 여러 번 보여준 배우였기에 기본적인 호감도가 있었고, 캐릭터들과는 극점에 있는 엄태구 본체도 대중들에게 흥미로움을 선사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간 강렬한 인상을 구축했지만 다채로운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신뢰도 있다. 독특한 보이스도 강점이다. 물론 예능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 못했다. 예능 출연 자체도 신기하다"며 애정을 표했다.
엄태구는 현재 영화 '낙원의 밤'으로 스크린 컴백을 앞두고 있다. '낙원의 밤'은 남대문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깡패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느와르 영화로, 다시 매운맛 엄태구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거두며 영화계 안 팎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다가 엄태구를 향한 관심까지 더해져 화제성은 따놓은 당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