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서 7중 추돌 사고를 낸 40대 포르쉐 운전자 A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대마 흡입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자신의 차 안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60여개의 통장에 대해 경찰이 범죄 관련성을 추궁하자 대마초 흡입 사실을 털어놓았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에서 7중 추돌 사고를 내 7명을 다치게 한 포르쉐 차량 운전자 A씨는 차량이 크게 파손됐지만, 하루 뒤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중상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차량이 1억8000만~2억 정도의 고급 외제차인 포르쉐인데 사고 직후 차량 내부 여러 곳에서 에어백이 터지면서 큰 부상을 피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는 사고 후 식사도 하고 병실 내부를 걸어 다닐 정도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씨가 낸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인 40대 남성 등 2명이 중상을 입었고, 5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초기부터 A씨의 마약 복용을 의심했다. 사고 과정이 마약 등 약물 복용 말고는 설명되지 않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서다.
조사 결과 A씨는 7중 추돌 사고 현장에서 570m 정도 떨어진 해운대 옛 스펀지 건물 인근에서 정차 중이던 아우디 A6 차량과 부딪히는 1차 사고를 냈다. 이후 약 500m를 질주하다 중동 지하차도에서 앞서가는 포드의 토러스 차량을 재차 추돌했다. 이어 다시 70m 정도 달린 뒤 중동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그랜저 승용차 등과 추돌하며 7중 추돌사고를 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음주나 무면허 운전도 아니었다. 따라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A씨가 1·2차 추돌 때 자신의 차를 세우고 보험 등으로 사고 처리를 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A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사고 당시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A씨의 포르쉐 차량이 7중 추돌 시 교차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오토바이와 그랜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는 장면이 담겨 있다. 현장에는 차량이 급정거할 때 남는 흔적인 스키드마크도 없었다.
하지만 A씨는 병원에서 이뤄진 간이조사에서 마약 복용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특별한 단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강제 수사에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 A씨 차 안에서 4~5개의 가방이 발견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이 가방에서 60여개의 통장과 부동산 관련 서류가 대거 나오면서 경찰은 A씨를 추궁할 실마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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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조사 때 '사고 전 대마 흡입' 인정
실제 A씨는 15일 경찰 조사에서도 처음에는 “왜 교통사고를 냈는데 마약 검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취지로 대마초 흡입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A씨 차 안에서 발견한 60여개의 통장과 부동산 관련 서류 등을 내밀면서 범죄 관련 혐의를 추궁하자 그제야 “사고 전 차 안에서 대마초를 흡입했다”는 취지로 범행을 시인했다. 이후 A씨에 대한 소변검사에서도 대마초 흡입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A씨는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사고 직후 자신의 포르쉐 차량에서 블랙박스 칩을 빼돌렸는지도 수사 중이다. 특히 A씨의 차량에서 발견된 가방 4~5개에서 나온 통장 60여개와 부동산 관련 서류 등이 다른 범죄와 연관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대마초 흡입 사실을 시인하지 않다가 통장 60여개 등이 나오면서 강제수사를 검토하자 실토했다”며 “이 통장들은 대부분 A씨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과거부터 가지고 있던 것으로 확인돼 범죄 혐의점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