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없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반 박자씩 느리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사실상 '결승전'을 앞둔 팀들답게, 모니터에 비친 여유 있는 얼굴 뒤로는 은근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크게 보면 올 시즌 K리그1 27경기 중 단 한 경기일 뿐이다. 그러나 그 한 경기에 실린 무게감은 가히 결승전이라 불릴 만하다. 오는 25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이유다. 현재 순위는 울산(16승6무3패·승점54)이 1위, 전북(17승3무5패·승점54)이 2위. 하지만 승점 차이 없이 다득점에서 울산이 8골 앞선 1위라, 둘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올 시즌 우승 레이스의 향방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울산과 전북의 26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미디어데이를 진행한 이유다.
단, 이번 미디어데이 행사는 평소와 다르게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라 각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는 미디어데이 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클럽하우스에서 화상 회의를 통해 취재진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소 낯선 방식에 양 팀 사령탑과 선수들은 어색해하는 것도 같았으나 이내 침착하게 질답을 이어나갔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전북과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맹렬하고 담담하게'가 우리 팀 구호다. 전북전을 그렇게 준비하겠다"며 "전북을 이기고 우승해야 진정한 우승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이번 맞대결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김태환 역시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경기다. 우승을 목표로 해온 만큼 그럴 자격이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기였으면 좋겠다"고 투지를 불살랐다.
울산은 지난 시즌 우승 문턱에서 전북에 추월 당한 쓰라린 아픔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올 시즌 앞서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전북에 두 번 다 패했다. 심리적인 영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김도훈 감독은 "이제는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또한 "현재 우리는 1위다. 축구에서 우승이란 구단 전체가 꿈꾸는 것을 현실로 이루는 것"이라며 "올해는 지난해의 아쉬움을 기쁨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꼭 결실을 맺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전북은 어느 팀을 만나든 이겨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 팀이다. 이번 경기 역시 상대가 울산이기 때문이 이겨야 한다가 아닌, 이겨야 하는 모든 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겠다"며 '추격자'답지 않은 여유를 보였다. 상대팀 사령탑인 김도훈 감독에게 "그의 삶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올해 대회가 K리그와 FA컵, 그리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까지 3개 남았다. 전북은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이고 매 경기 이기는 것에 집중하면 연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여유로운 태도는 전북 대표 선수로 화상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손준호에게서도 엿보였다. 손준호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울산과 중요한 시기에 맞붙게 됐다. 우승 DNA라는 말이 있고, 중요한 경기에서 항상 이겨왔던 것처럼 전북다운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 비기는 일 없이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로 끝날 것"이라고 승부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