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A 다저스는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시리즈(WS)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우승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8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 전력을 자랑했지만, 번번이 WS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로 인해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프리드먼 사장은 탬파베이 단장 시절 '저비용 고효율'에 기반을 두고 팀을 경영했다. 예산이 적은 팀에 맞는 선수단 운영을 선보였다. 벤 조브리스트를 비롯한 슈퍼 유틸리티를 발굴해 전면에 내세웠다. 능력을 인정받아 구단 규모가 훨씬 큰 다저스 사장을 맡게 됐다.
하지만 프리드먼 사장은 지난 7월 무키 베츠와 대형 계약(12년)을 하기 전까지 "빅 마켓 팀의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스몰 마켓 팀에만 적합한 스타일"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프리드먼 사장은 베츠 계약 전까지 어떤 선수에게도 1억 달러(1130억원) 이상의 계약을 보장하지 않았다. 다저스의 유망주를 지나치게 아끼면서 팀에 필요한 선수를 데려오지 못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꼭 맞는 건 아니다. 우선 다저스는 올 시즌 뉴욕 양키스에 이어 팀 연봉 2위 팀이다. 최근 수년 동안 단 한 번도 팀 연봉 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프리드먼 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지구 우승이나 포스트시즌 진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다저스 팬들의 아쉬움이라고 보면 더 정확할 것이다. 2012년 초 구겐하임 그룹이 다저스를 인수한 이후 많은 돈을 투자하며 곧 우승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감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주변의 여러 시선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아직 프리드먼 사장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탬파베이 단장 시절부터 몸에 밴 특유의 '짠돌이' 기질이 구단주 입장에선 기특해 보일 수 있다. 다저스 주전 선수 중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렀을 경우 클레이턴 커쇼(3100만 달러·350억원), 무키 베츠(2700만 달러·305억원), 저스틴 터너(1900만 달러·215억원), 켄리 젠슨(1800만 달러·203억원) 정도가 고액 연봉자에 속한다.
저연봉 선수도 꽤 많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최우수선수) 코디 벨린저가 올해 1150만 달러(130억원)를 받지만 1년 전만 하더라도 연봉이 60만 달러(6억7000만원) 정도였다. 작 피더슨과 코리 시거의 연봉은 800만 달러(90억원)를 넘지 않는다. 슈퍼 유틸리티인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590만 달러(67억원), 크리스 테일러는 560만 달러(63억원)이다. 진흙 속의 진주로 인정받는 맥스 먼시는 올해부터 3년, 2600만 달러(294억원) 계약이 적용되지만, 여전히 가성비가 좋다.
이외에도 훌리오 유리아스(100만 달러·11억2000만원), 오스틴 반스(110만 달러·12억4000만원), 딜런 플로로(59만 달러·6억6000만원)의 연봉도 상당히 낮다. 여기에 신인급인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 월 스미스, 브루스달 그라테롤, 에드윈 리오스 등은 MLB 최저 연봉 수준이다.
구단 측에서 프리드먼 사장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터너, 먼시, 테일러의 계약이다. 터너와 먼시는 전 구단에서 방출됐을 때 싼값에 데려와 주전으로 성장시켰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테일러도 마찬가지다. 터너와 먼시는 장타 잠재력을 알아본 혜안이 돋보였고, 테일러는 멀티 포지션 선수를 선호하는 프리드먼의 날카로운 시각이 통한 사례이다.
다저스 경영진은 값비싼 선수 영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용 대비 고효율을 올려주는 프리드먼 사장의 능력을 인정한다. "빅 마켓 운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컸던 상황에서도, 프리드먼 사장의 거취에 대해 일언반구 얘기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다.
물론 선수들의 기량을 믿지 못하고 너무 새로운 시도만 하다 마이너스 효과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평가를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WS 우승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WS 우승까지 해낸다면 프리드먼 사장은 구단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명품 CEO(최고경영자)'로 재평가받을 것이다. 과연 그가 다저스에 과거의 영광을 다시 안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