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이 환호 없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이동국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뭉친 근육을 가만히 주물렀다. 사상 첫 K리그 4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한 이동국은 그렇게 자신의 은퇴 경기를 마쳤다.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 이후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치른 최종전이었다. 우승, 그것도 보통 우승이 아니라 역사에 길이 남을 K리그 최초의 4연패가 걸린 경기에서 은퇴한 이동국은 끝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하면 으레 그렇듯이 이동국은 이날도 참 많이 젖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위해 선 이동국에게 김민혁과 손준호가 물세례를 쏟아부었고, 시상식에선 폭죽처럼 터진 샴페인에 흠뻑 젖었다. 그래도 지난주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많이 보였기 때문인지 이동국은 내내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시상식이 끝나고, 이동국의 등번호 20번과 이름이 새겨진 대형 유니폼이 그라운드에 등장하면서 그의 눈시울이 조금씩 붉어졌다. 은퇴식이 시작되고 대형 전광판을 통해 그의 23년 축구 인생을 돌아보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동국은 내내 영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다 잠시 고개를 떨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직접 은퇴 기념패를 전해주며 어깨를 토닥였을 때도, 허병길 전북 대표이사가 기념 유니폼을 전달했을 때도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장을 둘러보는 눈가는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다.
'절친'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과 가족들에 둘러싸여 '끝'을 실감한 그는 "은퇴식을 이렇게 화려하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미소로 인사를 전했다. "전북과 함께한 순간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난 다음부터 그렇게 슬프지가 않았다"고 웃으며 말하던 이동국은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터뜨렸다. 끝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이동국은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했다.
전설은 떠나지만,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은 영구결번으로 영원히 전북의 역사에 남게 된다. 전북은 "이동국의 또 다른 이름인 등번호 2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북은 팬들을 위해 비워둔 12번 외에는 영구결번이 없었으며, 선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한 건 창단 이후 이동국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