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에서 LA 다저스의 시대는 저물었다. 그리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대가 열린다. 김하성(26)의 소속팀 샌디에이고가 한국 팬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성 넘치는 스타가 즐비해 디펜딩 챔피언 다저스를 넘어설 기세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메이저리그(MLB) 구단은 단연 다저스다. 1호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48)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활약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인 두 선수 경기가 관심 속에 중계되면서 야구팬이라면 어지간한 다저스 선수 이름을 다 외울 정도였다.
심지어 ‘국저스’(국민+다저스)라는 표현까지 나왔을 정도다. 류현진이 떠났어도, 월드시리즈(WS)에서 우승한 지난해도 다저스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미국 내 WS 시청률은 바닥을 쳤지만, 국내 포털사이트 중계에는 수십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올해는 다저스를 응원하는 국내 팬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소속 샌디에이고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4년간 보장금액 2800만 달러(약 307억원)의 좋은 조건에 영입했다. 모처럼 KBO리그 출신 타자가 MLB에 등장하면서 국내 팬도 김하성과 소속팀 샌디에이고를 응원할 분위기다.
사실 샌디에이고는 한국과 인연이 있다. 박찬호가 2005년부터 두 시즌을 뛰었던 팀이다. 다저스 구단주였던 오말리가(家)가 샌디에이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박찬호가 2019년 특별고문을 맡았다. 김하성 영입에 박찬호가 도움을 줬다. 홍성흔도 샌디에이고 마이너팀 코치로 일했다. LA만큼은 아니어도, 샌디에이고 지역 역시 한인 교포가 많다. 기후도 연중 온화해 생활하기도 좋다. 김하성은 가족이 모두 샌디에이고에서 지내기로 했다.
샌디에이고는 2011년부터 9년 연속으로 승률 5할 이하를 기록한 약체였다. 류현진은 샌디에이고를 11차례 상대해 8승(1패)이나 거뒀다. 최근 성적만이 아니다. 1969년 창단 이후 WS 우승이 없다. 통산 승률도 현재의 30개 구단 중 최하위(46.2%, 3784승 4412패)다. 그런 샌디에이고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단축 시즌(37승 23패)이긴 했어도, 다저스에 이어 NL 전체 승률 2위였다.
좋은 성적은 타선의 변화 덕분이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몇 년간 에릭 호스머, 매니 마차도 등 특급 야수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여기에 기대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폭발했다. 그는 박찬호를 상대로 ‘한만두’(한 이닝 만루홈런 2개)를 기록했던 타티스의 아들이다. 11년 계약설이 나올 만큼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했다.
샌디에이고는 순수한 공격력을 반영하는 조정득점생산력(wRC+) 지표에서 NL 1위다. 그런데도 지난해 디비전시리즈(NLDS)에서는 다저스에 3연패로 무릎 꿇었다. 다저스의 막강한 투수진을 넘지 못했다.
과감한 선수 영입 및 방출로 ‘매드 맨(mad man)’이란 별명이 붙은 A. J. 프렐러 샌디에이고 사장은 이번 겨울 전의를 불태웠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수상자 좌완 블레이크스넬과 지난해 AL 사이영상 2위 득표자 다르빗슈 유를 영입했다. CBS스포츠는 크리스 패댁과 디넬슨 라멧에, 스넬과 다르빗슈까지 합류한 샌디에이고 선발진을 1위로 평가했다.
샌디에이고는 ‘다저스 방식’도 벤치마킹했다. 다저스는 크리스 테일러, 맥스 먼시, 키케 에르난데스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모아 상대에 맞춰 적절히 기용했다. 김하성 영입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좌완 상대로 약한 제이크 크로넨워스(타율 0.218)와 우타자 김하성을 번갈아 2루수로 쓸 전망이다. 김하성이 나오면 크로넨워스는 외야로 이동한다. 오스틴 놀라와 윌 마이어스도 내·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