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가 첫 온라인 콘서트로 그간의 성장을 알차게 녹였다. '휘파람' '불장난'으로 국내 음원 차트를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들은 데뷔 3년 여만에 미국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번 공연에선 그 자신감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31일 블랙핑크 유튜브 채널에선 'YG 팜 스테이지 - 2021 블랙핑크 : 더 쇼'(YG PALM STAGE - 2021 BLACKPINK: THE SHOW) 콘서트가 열렸다. 전 세계 생중계 되는 이번 쇼는 YG의 첫 라이브스트림 콘서트이자, 블랙핑크가 1년 만에 여는 공연이다. 멤버들은 라이브 밴드 사운드에 맞춰 특유의 걸크러시 퍼포펀스를 펼쳤다. 솔로곡 포함 총 19곡의 세트리스트에 더해, 화려한 의상보다 더 빛나는 비주얼로 팬들을 빠져들게 했다. 블랙핑크는 스태프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며 지난 9월부터 함께 기획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는 전언이다.
로제 솔로 최초공개
오랜만의 콘서트인만큼 멤버들도 설레는 소감을 뗐다. 지수는 "1년 만에 콘서트 무대에 서서 블링크(팬) 분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리고 설렌다"라며 "좋은 무대 보여드릴 테니 끝까지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고 했고 로제는 "너무 기대된다. 쇼파나 침대나 어디서든 편하게 댄스를 즐기면서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 설렘과 기대감은 블랙핑크만의 특별한 무대로 이어졌다.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크레이지 오버 유(Crazy Over You)' '러브 투 헤이트 미(Love To Hate Me)' '유 네버 노우(You Never Know)' 등으로 세트리스트를 채웠다. 멤버들은 "처음 선보이는 무대가 많다. 그만큼 더 많이 연습하고 새로운 안무를 익히는 등 열심히 무대를 준비했다. 팬분들과 한 공간에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한날한시, 같은 음악으로 함께 할 수 있다. 그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THE SHOW’를 통해 함께 행복하길 바라고, 함께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간직하길 원한다. 그에 걸맞은 노력이 있었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의 모든 무대를 하이라이트로 만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특히 솔로 무대에선 네 멤버의 개성이 묻어났다. 리사는 빌보드 핫100 1위 곡인 도자 캣(Doja Cat)의 '세이 소(Say So)를 자신만의 무대로 소화했다. 길게 내린 펌 스타일로 헤어 변신까지 해 눈길을 끌었다. 지수는 토브 로(Tove Lo)의 '해빗(Habits)'으로 몽환적 매력을 드러냈다. 제니는 솔로곡 'SOLO'를 새로운 버전으로 들려줬다. 영어 랩 가사를 더해 블랙핑크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를 완성했다. '더 쇼' 최초 공개로 화제가 됐던 로제의 솔로곡도 베일을 벗었다. 신곡명은 'GONE'으로 로제 특유의 음색이 잘 묻어나는 노래다. 로제는 반짝이는 화이트 의상을 입고 그네에 앉아 노래에 집중했다.
YG 기술집약 정치영 YG 공연 총괄은 디지털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는 연출을 시도했다. 보는 이에게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의 공연이지만 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오히려 오직 딱 한 장소에 모든 공력을 쏟아부어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블랙핑크는 "월드투어 때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다양해진 대규모 세트를 보고 놀랐다. 성격이 다른 3개의 굵직한 메인 세트가 마련됐는데 이는 또 총 10개의 전혀 다른 분위기의 무대로 각각 전환된다. 디지털 영상이 아니다. 실제 동굴을 재현한 무대 세트부터 폐허가 된 도시의 계단 파편까지 다 붙어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묘사된 설치물이 인상적이다. 깜짝 놀라실 만한 화려하고 특별한 무대도 있다. '뚜두뚜두' 퍼포먼스를 비롯해 선행된 공연에서 보신 무대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고 놀라워했다. 특히 오랜 호흡을 맞춘 전문가들이 공연을 만들었다는 점도 YG는 포인트로 내세웠다. "YG의 공연 스태프는 최소한 '아시아 최고'라고 자신한다. 한국의 공연에서 엔딩 크레디트를 스크린에 띄운 건 YG가 최초다. 그만큼 자신들의 이름에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였고 실제 그렇다"고 정치영 YG 공연 총괄은 이야기했다.
히트곡 메들리 블랙핑크는 쓸쓸한 공연장에 멤버들이 앉아 있는 영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담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연을 함께 즐길 팬들을 위해 다양한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무대를 연출하고 생동감 있는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불장난' '프리티 새비지'(PRETTY SAVAGE) '뚜두뚜두' '휘파람' '마지막처럼' '붐바야' 등 그간의 히트곡을 '더쇼'만의 버전으로 선사했다. 정치영 YG 공연 총괄은 "신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훨씬 더 빛날 수 있는 가수의 무대를 가린다면 그것이 정말 좋은 표현의 방식일까 의문이 든다. 어떤 짜인 틀에 맞춘 보여주기식 공연이 아닌, 진짜 가수가 빛나는 '쇼'다운 '쇼'를 만들고 싶다.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고 공연의 가치가 커진다. 테크놀로지가 아닌 가수의 혼이 담긴 무대여야 한다"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공연을 마무리한 지수는 숨을 몰아 쉬며 "열심히 공연을 준비해봤는데 우리가 신나있는 것 처럼 블링크도 집에서 신나게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마지막까지 흥을 분출했다. 로제는 "우리가 직접 만나진 못하지만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리사는 로제의 솔로곡에 대해 "정말 멋있었다"며 훈훈한 팀워크를 보여줬다. 또 "'더쇼'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늦어졌지만 안전하게 진행했다. 공연을 보는 동안 다들 좋은 기운 받아가셨길 바란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팬들에 애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