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토트넘의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원정 2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 후반 24분, 맨시티 주앙 칸셀루가 손흥민(29)의 오른쪽 발목을 밟았다. 손흥민이 발목을 붙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일어났지만, 흰색 테이핑 주위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손흥민은 이처럼 피나게 뛰었지만, 토트넘은 맨시티에 0-3으로 완패했다.
손흥민은 풀타임을 뛰었지만, 슈팅 수는 0개였다. 사흘 전(11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전 에버턴전에서는 도움 3개를 올렸다. 지난 한 달간 손흥민은 9경기를 소화했다. 체력이 고갈될 듯했다. 게다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그간 6골을 터뜨려 ‘맨시티 킬러’로 불렸던 손흥민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의 뻔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은 통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히트맵(지역별 활동량을 온도로 표시한 지도)에 따르면, 득점 2위(13골)인 왼쪽 윙어 손흥민이 윙백처럼 수비에 많이 가담했다. 해리 케인의 2선 침투 패스는 길목에서 차단당했다. 손흥민이 파고들 때 케인이 패스를 찔러주는 역습은 나오지 않았다. 토트넘 출신 제이미 레드냅은 스카이스포츠에 “토트넘이 리그 1위일 때 모리뉴의 수비 전술은 훌륭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두운 면이 됐다. 속공은 없고, 손흥민은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맨시티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독일)이 후반 5분, 21분 2골을 터트렸다. 전반 23분 페널티킥도 얻어냈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한 달간 보여준 날카로움을 잊었다. 휴식이 필요하다”며 손흥민에게 평점 4점을 줬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 발목에 상처가 있다. 그 상처는 스터드(축구화 바닥 징)를 의미한다. 또 발목 정강이 보호대 쪽을 다쳤다는 건 (옐로) 카드를 의미한다”며 심판 판정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지난해 11월 리그 1위였던 토트넘은 9위(10승 6무 7패·승점 36)까지 내려갔다. 리그 11연승의 1위 맨시티(승점 53)와 승점 17점 차다. 60년 만에 리그 우승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프리미어리그 1~4위 팀은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토트넘은 4위 리버풀(승점 40)에 승점 4점 차로 뒤졌다. 10위 리즈 유나이티드에도 승점 4점 차로 쫓긴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2007~08시즌 리그컵이다. 올해도 무관이면 13년째다. 리그는 힘들어 보이고, 다른 트로피는 가능할까. FA컵에서는 탈락했다. 11일 16강전에서 에버턴에 4-5로 졌다.
우승 가능한 대회는 2개 남았다. 리그컵(카라바오컵) 결승에 올라 있다. 결승전은 4월 26일인데, 상대가 맨시티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32강전에 진출했다. 19일 볼프스베르거(오스트리아)와 32강 1차전을 치른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토트넘이 리그 성적으로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건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유로파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진출하는 걸 노려야 하는데, 지금처럼 전술적 한계가 있으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토트넘은 최근 6경기에서 5패다. 수비축구를 하는데, 포백은 늘 구성원이 바뀐다. 최근 2경기에서만 8실점이다.
원정경기인 유로파리그 32강전 1차전은 오스트리아 대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영국발 인원의 입국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경기 장소는 ‘헝가리 축구영웅’ 페렌츠 푸슈카시 이름을 딴 푸슈카시 아레나다. 손흥민은 지난해 최고 골에 주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 수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