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주는 지난 29일 열린 SSG와 시범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25일 트레이드 발표 후 나흘 만에 마운드에 오른 그는 SSG 정예 타선을 상대로 3이닝 3피안타 무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LG가 기대한 모습이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새로운 팀에 왔기 때문에 집중력도 있고, 긴장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제구가 좋았고, 자기 공을 던졌다"라고 칭찬했다.
LG가 함덕주를 영입한 건 '선발 투수'의 역할을 기대해서였다. 국내 선발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국내 선발 중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운 임찬규는 30일 SSG전에서 첫 1군 경기에 등판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라 투구 수는 29개(2이닝)에 그쳤다. 2년 차 이민호는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휴식 중이다. 둘 다 시즌 초반 정상적인 로테이션 소화가 어렵다.
결국 코칭스태프가 시즌 전 구상한 선발진 가운데 남아있는 투수는 정찬헌뿐이다. 그 역시 여러 차례 수술 여파로 중간중간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 풀시즌을 뛰기 쉽지 않다. 차우찬은 복귀 시기가 불투명하다. LG에는 확실한 국내 선발진이 없는 상황이다.
류 감독은 30일 케이시 켈리, 앤드류 수아레즈, 정찬헌, 함덕주까지 4선발을 확정 발표했다. 나머지 한자리에 임시로 김윤식과 이상영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켈리와 수아레즈가 기대대로 원투 펀치를 형성해도, 국내 선발진이 정상 가동되기까지 '버티기'가 중요하다. 함덕주가 없었더라면,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야 백업 양석환과 유망주 남호를 두산에 내주면서, 함덕주와 채지선을 데려오는 2대2 트레이드를 했다.
함덕주의 다음 과제는 투구 수 늘리기다. 29일 경기에선 49개를 던졌다. 함덕주는 당장 100구까지 던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선발 투수로 준비했던 게 아닌 만큼 코칭스태프는 점차 투구 수를 늘려가도록 할 방침이다.
함덕주는 프로 통산 311경기에 등판, 30승19패 55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선발로는 30경기(2017년 24경기, 2020년 6경기)에 나섰다. 2017년에는 경기당 평균 4⅔이닝을 던졌다. 평균 투구 수는 94.3개. 함덕주가 정상 투구를 할 때까지 4~5이닝을 효과적으로 버텨준다면 LG 선발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동안 선발과 중간, 마무리까지 전천후로 활약한 함덕주는 선발 보직에 욕심을 갖고 있다. 출발은 상당히 좋다. LG는 함덕주의 투구에 불안 요소를 조금 없애고, 희망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