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올 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얘기다. 개막 전부터 많은 전문가가 ‘춘추전국시대’를 예상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전망했다. 그 예상이 일단 적중한 모양새다. 심지어 당초 기대치를 뛰어넘는 혼전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 상위권 팀들이 주춤하고, 하위권 팀들이 약진한 까닭이다.
순위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22일까지 1위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가 9승 7패,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가 6승 11패다. 두 팀 간 격차가 3.5경기에 불과하다. 특히 키움이 7연패 수렁에서 21일 간신히 빠져나왔는데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직전 여섯 시즌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1위 팀이 15경기를 치른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해 1위 NC와 10위 SK 와이번스의 격차는 10경기였다. NC(12승 3패)와 SK(2승 13패)의 승패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9년 7.5경기, 17·18년 8.5경기, 16년 9.5경기, 15년 10경기 차 등 1위와 10위의 차이는 확연하게 갈라졌다. 올해보다 적게는 3경기, 많게는 5.5경기까지 격차가 벌어졌던 셈이다.
1위 팀이 15경기 시점에 10승 고지를 밟지 못한 시즌도 올해가 유일하다. 2015년 삼성 라이온즈(10승), 16년 두산 베어스(11승), 17년 KIA 타이거즈(12승), 18년 두산(12승), 19년 SK(11승), 20년 NC(12승)는 모두 개막 직후부터 7할 안팎 승률로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올 시즌은 공동 1위 NC와 LG 트윈스가 9승 7패로 승률 6할이 안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동 순위가 3개나 된다. 1위 자리를 NC와 LG, KT 위즈와 SSG 랜더스가 나눠가졌다. 6위 자리는 8승 8패로 두산과 KIA가 차지했다. 8위(7승 9패)도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 두 팀이다. 1위 두 팀과 6위 두 팀의 게임 차는 단 1경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정국이다.
NC와 LG는 전문가 대부분이 선두권으로 예상했던 팀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 KT도 상위권에 머물 만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MLB) 출신 추신수가 합류한 SSG 역시 지난해 악재가 겹쳤던 것일 뿐 꾸준히 강팀이었다. 다만 올해도 중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삼성, 롯데, 한화의 초반 약진이 의외로 거세다. 특히 5위 삼성은 1위 네 팀에 0.5경기 차로 바짝 붙어 있다. 롯데와 한화도 물고 물리는 혼전 상황을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앞으로는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예년보다 주춤한 두산과 최하위로 처진 키움은 지난해까지 가을야구 단골팀이었다. 언제든 흐름을 바꿔 반등할 저력이 있는 팀이다. 모든 팀이 상승할 수도, 추락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는, 2021년 4월의 프로야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