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환(30)이 이적 석 달 만에 '이적생' 꼬리표를 지웠다. 이제 그는 두산의 간판타자다.
양석환은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5타수 2안타(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8-6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초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고, 4-4 동점이었던 9회 초 1사 만루에서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으로부터 좌월 만루포를 때려냈다. 이 경기 결승 홈런.
두산은 최근 주전 좌익수 김재환, 유격수 김재호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공격력이 저하됐다. 한화전 전까지 4연패를 당했다. 양석환은 그동안 김재환이 맡았던 4번 타자로 나섰고, 중요한 순간마다 타점을 생산하며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냈다.
지난해까지 LG 백업 내야수였던 양석환은 2021시즌 개막을 앞둔 3월 25일,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전천후 좌완 투수 함덕주를 LG에 내준 두산이 밑지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개막과 동시에 평가가 달라졌다. 양석환이 주전 1루수·5번 타자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지난달까지 성적은 타율 0.288·16홈런·48타점. 팀 내 홈런 1위, 타점 2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석환이 없었다면 타순 구성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새 두산 타선을 이끄는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양석환도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4연패를 당했다. 1승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팀을 이끌어야 했다. 더그아웃에서는 더 크게 리액션하며 분위기를 띄우고자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적생이지만 후배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선배이기도 하다. 4연패에 빠졌을 때도 실책하거나 부진한 후배들을 격려했다. 양석환은 "확실한 주전이 아니었던 LG 시절에는 내 조언이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두산에서는 주전이다. 어린 친구들이 내 생각을 잘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라며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후배들과 교감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책임감도 커졌다. 지난해 벤치 멤버로 보내며, 출전할 수 있는 한 경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주전으로 뛰고 있는 올해는 한 타석도 놓치고 싶지 않다. 양석환은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모두 출전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어디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경기에 빠질 생각은 없다. (주전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시즌을 치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석환은 LG에서 뛰었던 5시즌(2015~20) 동안 4번 타자로 280타석을 소화했다. 잠실벌을 홈으로 쓰는 두 구단에서 모두 4번 타자를 맡은 선수가 됐다. 양석환은 "이런 경험 자체가 영광이다"라며 웃었다. 그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