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3세 경영 승계 로드맵이 구체화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등 3형제에게 승계되는 과정에서 합병과 상장이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큐셀로 지배구조가 정리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김동관,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3형제가 100% 지분을 소유한 투자 회사 격인 에이치솔루션이 최상단에 있는 옥상옥 지배구조였다.
한화그룹은 지난 11일 에이치솔루션을 흡수 합병한다고 밝혔다. 한화에너지가 에이치솔루션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는 방식이고, 합병 기일은 10월 1일이다. 에이치솔루션은 2017년 한화S&C를 물적 분할해 만들어진 회사로 한화에너지의 주식 100%를 보유한 모회사이기도 하다.
한화에너지 측은 "이번 합병으로 중복된 지배구조를 개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한다. 관리 중복에 따른 비용 절감 등으로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최대 주주 지분율 변화는 없이 투자부문(에이치솔루션)과 사업부문(한화에너지)을 통합해 지배구조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개선한다는 것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즉 한화가 3형제가 한화에너지 100%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에이치솔루션이 흡수 합병되면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 셈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 지분 5.2%, 한화시스템 지분 13.4%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화 3형제의 경영 승계를 위해 주목해야 하는 건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이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에너지의 자회사지만 앞으로 한화그룹의 지배구조상의 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너지가 비상장이기 때문에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면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모태는 삼성종합화학이다. 한화가 2015년 삼성의 방산·화학 계열 4개사를 2조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한화종합화학은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한화가 삼성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지분 24.1%를 1조원에 사들이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한화가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할 때 2022년 4월까지 상장을 하지 않을 경우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이에 한화는 한화종합화학을 서둘러 상장해야 하는 이유도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장 연기는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의 가치를 높여 경영 승계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화종합화학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한화 3형제의 승계 자금 마련에 유리하다. 한화에너지는 꾸준히 주식회사 한화의 지분 등을 매입하며 지분율(5.19%)을 높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39.16%, 한화토탈 50%, 한화시스템 7.16%의 지분도 갖고 있다.
현재 한화의 대주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 22.7%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대표가 4.4%를, 김동원 부사장과 김동선 상무가 각 1.67%의 한화 지분을 갖고 있다.
'수소 중심 지속 가능 미래형 기업’을 비전으로 삼는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그룹의 성장동력 쌍두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 상장을 연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당장 내년에 재상장 시도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