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mRNA(메신저 리보핵산) 위탁생산 진출로 주목받고 있다.
1999년 설립된 국내 1세대 바이오 기업인 엔지켐생명과학은 회계사 출신 손기영 대표가 이끌고 있다. 2003년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를 창업하며 바이오 업계에 뛰어든 손기영 대표는 2011년 엔지켐생명과학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 진출과 관련해 관심을 드러냈던 기업이기도 하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녹용에서 추출한 생체 면역조절 물질인 EC-18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호중구감소증치료제, 급성방사선증후군, 호중구감소증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임상 2상을 끝낸 코로나19 치료제는 경구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임상 2상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한 EC-18의 임상 2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임상 2상은 지난해 5월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코로나19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경증 폐렴이 14일 안에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이행되는 확률을 1차 지표로 썼는데, 가짜약 투여군 대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엔지켐생명과학 측은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고, 유효성 평가에서는 사이토카인 염증 지표의 평균값이 감소됐다. 추후 연구를 통한 임상적인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임상 3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백신 주권 확보에 기여하기 위해 mRNA 백신 위탁생산 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글로벌 mRNA 백신 개발사와 계약 추진으로 2022년까지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해 1억 도스를 생산해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등록을 마친 자회사 메쎄나를 통해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2016년 확보한 충북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내 5300평 부지에 1년 내로 완전 자동화된 mRNA 백신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mRNA 백신 개발사, mRNA 백신 개발과 상업화에 필요한 지질 나노 입자(LNP) 개발 업체 등과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 세계 최초 우주방사선 치료제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한 엔지켐생명과학 우주방사선의약연구소도 운영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방사선 치료제 연구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EC-18은 2018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급성방사선증후군(ARS)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핵심 정부자금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 화학무기 대응 연구프로그램(CCRP)과 방사능 핵무기 대응 프로그램(RNCP)의 신약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손기영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 애리조나주립대, UC 데이비스, 플로리다대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우주방사선 예방 및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다. EC-18이 세계 최초의 우주방사선 치료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