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난데없는 부상 악령을 만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준비하던 원태인이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원투펀치 맷 매닝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퇴출 수순을 밟았다.
여기에 필승조 이호성도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1라운더 신인 이호범 역시 팔꿈치 통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아시아쿼터 강속구 투수 미야지 유라 또한 투구폼 변경과 가벼운 어깨 통증으로 다시 몸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진 것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선발진이다. 현재 1~5선발 중 확실한 카드는 '4선발' 최원태뿐이다. 1선발 아리엘 후라도는 WBC 파나마 대표팀에 합류해 있다. 파나마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작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후라도의 합류 시기는 더 늦어진다. 개막 시리즈 등판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 맷 매닝. 삼성 제공
5선발의 주인공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좌완 이승현과 양창섭의 2파전 구도로 굳어지는 듯했으나, 연습경기에서 두 선수가 다소 부진한 탓에 코치진의 고민을 덜어주지 못했다. 이에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기용하려던 이승민이 다시 5선발 후보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4월 입대 예정인 육선엽과 김대호의 선발 기용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스프링캠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3라운더 신인 장찬희도 새로운 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삼성의 고민은 '5선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 외국인 투수의 지각 합류와 부상 선수들의 회복 속도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당장 3~4월을 버텨줄 선발 자원을 찾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문제는 이들 대체 자원에게 5이닝 이상의 긴 이닝 소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1+1 선발'이나 롱릴리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자칫 시즌 초반부터 불펜 과부하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벤치의 세밀한 투수 운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삼성은 올 시즌 막강한 타선을 앞세워 우승을 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시즌 초반에 닥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삼성의 대권 도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