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MLB) 진출 후 최악의 투구를 했다. 그의 표정이 결과를 말해줬다.
김광현은 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MLB 밀워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7피안타(1홈런) 4실점 했다. 김광현은 0-4로 뒤진 2회 말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시즌 7패(6승)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3.23에서 3.53으로 올랐다.
지난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김광현이 선발 등판에서 2이닝을 못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시즌 종전 개인 한 경기 최소 이닝 투구는 7월 29일 클리블랜드전(2⅔이닝 5피안타 5실점)이었다.
김광현은 왼쪽 팔꿈치 염좌로 이번 시즌 세 번째 부상자 명단(IL)에서 복귀한 뒤엔 아직 승리가 없다. 8월 30일 피츠버그전에선 3-1로 앞선 5회 초 타석에서 교체돼 승리 투수(투구 수 64개) 요건을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씻지 못했다.
김광현은 이날 내내 제구력 난조를 드러냈다. 공이 가운데로 몰렸고, 헛스윙이나 유인구에 배트를 끌어내는 경우는 적었다.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가 원하는 쪽에서 크게 벗어난 투구도 있었다. 몰리나의 사인에 평소와 달리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마운드에서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답답한 표정이 역력했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1회 말 리드오프 루이스 우리아스에게 선제 솔로 홈런을 뺏겼다. 후속 윌리 아다메스, 3번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도 안타를 뺏겼다. 3연속 안타를 허용한 김광현은 무사 1, 2루에서 2루수 토미 에드먼이 밀워키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병살타로 처리해 한숨을 돌렸다. 이어 2사 3루에서 제이스 피터슨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2회 역시 크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로렌조 케인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김광현은 후속 라우디 텔레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때 우익수 딜런 카슨의 3루 송구가 더그아웃에 들어가면서 추가 진루권이 주어졌다. 3루 주자 케인이 홈을 밟았고, 타자 텔레즈도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루크 메일리에게 좌선상에 떨어지는 인정 1타점 2루타를 맞고 3점째를 내줬다.
김광현은 9번 타자인 투수 에이드리언 하우저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1사 2루에서 우리아스에게 다시 1타점 좌전 안타를 맞았다. 우리아스가 2루까지 노리다 아웃됐다. 김광현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아다메스에게 다시 중전 안타를 맞았다. 공이 높게 제구된 탓이다. 김광현은 아다메스에게 안타를 허용하자마자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이날 투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는 결국 2회를 마감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이자 리그 와일드카드 4위인 세인트루이스는 상대 선발 하우저의 완봉에 0-4로 무릎을 꿇었다. 9회까지 3안타에 그쳤고, 단 한 번도 2루를 밟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