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사익편취’와 관련한 소명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출석한다. 강제 출석 의무가 없는 공정위에 대기업 총수의 참석은 매우 이례적이다.
18일 공정위와 SK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내달 15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공정위가 조사 중인 SK실트론 사익편취 사건과 관련해 전원회의에 참석해 지분 인수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음을 직접 소명할 전망이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이 모두 참석하는 최고 의결기구이다.
2017년 11월 경제개혁연대의 요청으로 공정위는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최 회장이 29.4%의 실트론 지분을 매입하면서 불거졌다. SK는 그해 1월 LG로부터 실트론 지분 51%를 1만8000원에 인수했다. 4월 잔여지분 49% 중 SK는 19.6%만 추가 매입하고, 나머지 지분은 최 회장이 할인된 가격(1만2871원)에 매입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하는 국내 1위 업체다.
공정위는 SK가 인수 과정에서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해왔다. 최근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공정위는 SK와 최 회장에 대한 제재안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SK 측에 발송했다. 이에 최 회장은 진정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전원회의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출석 여부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지분 취득 당사자이다 보니 대리인보다 직접 취지나 배경 등을 전원회의 위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설명 드리겠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최 회장이 직접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옴에 따라 전원회의 일정을 당초 8일에서 15일로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측은 SK실트론 사익편취 논란과 관련해 “최 회장이 당시 중국 등 외국 자본의 지분 인수 가능성 등을 고려한 뒤 채권단이 주도한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했다”며 “당시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을 충족할 수준으로 실트론 지분을 확보했고 나머지 29.4% 인수를 고민하다 이사회가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