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SBS 스포츠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이 사과 과정에서 진행자 이수근과 배성재에게 '대리 사과'하게 만들었다.
지난 5일 방송된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제작진은 먼저 자막을 통해 조작 편집에 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자막을 통해 제작진은 ''골 때리는 그녀들'을 아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께 득점 순서 편집으로 실망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예능답게 출연진들의 열정과 성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 진행자인 이수근과 배성재의 입을 빌려 또다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두 사람은 "이번 일을 바탕으로 변할 것이다. 자정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따끔한 질책과 충고를 잘 새겨듣고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전·후반 진영을 교체, 중앙 점수판 설치, 경기 감독관 입회, 주요 기록 홈페이지 공개 등을 약속했다.
이수근과 배성재는 앞서 '골 때리는 그녀들'의 조작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두 사람의 중계 내용이 제작진의 조작 편집 방향에 맞춰 흘러나왔기 때문.
조작 논란이 제기된 후 배성재는 자신의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갑자기 작가 혹은 막내급 PD가 쪽지를 들고 와서 '지금 오디오가 열렸으니까 이걸 읽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저희는 예고편에 쓰이는지, 본방송에 쓰이는지, 언제 경기인지 모른 채 보이는 그대로 기계적으로 읽었다. 1년 동안 그래왔다. 그 부분이 편집 조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것이란 상상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해명하며 눈물까지 보인 바 있다.
이수근과 배성재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자 제작진은 "배성재, 이수근과는 전혀 관계없이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다.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으니 애써주신 출연진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억측은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도 결국 이수근과 배성재가 제작진을 대리해 사과했다. 직접 고개를 숙인 이는 제작진이 아닌 이 두 사람이었다. 두 진행자가 '골 때리는 그녀들'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는 하지만, 제작진을 대신해 사과하게 한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파를 탄 경기와 실제 경기의 내용이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접전이 벌어진 듯한 서사를 자의적으로 부여했다는 것.
SBS는 논란이 제기된 지 5일 만인 27일,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자를 교체하고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