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프레인 TPC 제공 “왕의 승은을 입은 궁녀는 행복했을까? 궁녀 시점의 이야기가 특별했어요.” 배우 이세영이 화제의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출연을 결심했던 지점은 그동안 사극이 그려온 왕의 시점이 아닌 궁녀의 시점이 달리 다가와서였다.
이세영은 역사에 쓰여있는 실존 인물인 정조의 후궁 의빈성씨, 덕임을 연기했다. 정조와 의빈성씨를 다룬 작품들에서는 그저 ‘왕의 승은을 입은’ 게 다였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은 달랐다. 자신이 택한 궁녀의 삶을 지키고자 한 인물이었다.
이세영은 “궁녀의 시점으로 본 이야기가 특별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사실 궁인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작품이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궁녀라면) 왕의 승은을 입어 당연히 기뻐했겠지’ 생각했을 텐데 ‘과연 이 사람은 행복했을까? 이 사람도 (왕을) 연모했을까?’하는 궁인의 입장에서 바라봤다”고 말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궁녀 덕임이 당시 귀했던 귤을 주면서 마음을 전하는 세손저하 이산을 외면하고, “제 모든 것이 저하의 것은 아니다”며 후궁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거절하는 등 왕이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됐던 기존 사극과 다른 신선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사진=프레인 TPC 제공 이세영은 “덕임이의 용기가 참 대단하다. 목숨이 두 개 있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이라 나라면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 “하지만 그 말들은 여인으로서 정조를 한 사내로 바라봤기에 가능했던 대사라고 생각한다. 흔한 부부들의 ‘칼로 물 베기’ 같은 사랑싸움말이다. 덕임이가 끝까지 ‘연모했다’는 말을 하지 않지만 (이산을) 사랑했다는 건 확신한다”고 했다.
이세영은 자신이 연기한 성덕임을 “소박한 인물”이라고 정의하면서 “대단한 사건에 휘말리고 싶어하지도 않았고 가늘고 길게,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 즐기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하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덕임이가 더 짠하게 느껴지는 건 여느 궁인들과 다르게 스스로 선택하며 살고 싶어하는 목표와 욕망이 있었기에 그러지 못한 아픔이 더 컸던 게 아닐까 싶다”고 해석했다.
이세영은 함께 로맨스 호흡을 맞춘 이산 역의 이준호에 대해 “작품에서 가장 친한 사람이 덕임의 친구들인 ‘궁녀즈’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은 많은 시간 붙어있고 자주 만났던 준호 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빛만 봐도 마음이 잘 통하고 연기할 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해 MBC에서 방송한 드라마 중 가장 흥행에 성공했다. 첫 회 시청률 5.7%로 시작해 최종회 17.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역대급 기록을 썼다. 이세영은 이준호와 함께 ‘2021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을 받았다. 사진=MBC 제공 이세영은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은데 “내가 느꼈던 여운과 먹먹한 감정을 시청자들도 많이 느끼고 사랑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큰 사랑을 주셔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세영이 꼽은 작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모든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 사극에서만 볼 수 있는 화려한 색감과 압도적인 스케일이 돋보이는 연출, 배우들의 호흡 등을 꼽았다. 극 중 까칠하면서도 덕임을 향한 순애보를 가감 없이 드러냈던 이산의 모습에 “너무 사랑스럽고 다정해서 밀어내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며 웃었다.
최종회 눈물바다였던 결말에 대해서는 “대본을 보면서도, 준비하면서도, 방송을 보면서도 너무 많이 울었다. 죽음을 맞이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세영은 드라마가 큰 관심을 받은 만큼 자신에게도 더 각별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면서 “너무나도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굉장히 보람차고 따뜻했다. 하지만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다음 스텝을 밟아갈 예정이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