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기는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에 출전한다. 2010 벤쿠버, 2018 평창 올림픽에 이어 개인 세 번째 올림픽이다. 국가대표 선발이 메달을 따기보다 어렵다는 쇼트트랙 종목에서 10년 이상 경쟁력을 증명한 선수다.
곽윤기는 대표팀 막내였던 벤쿠버 대회 계주에서 은메달을 땄다. 마지막 바퀴에서 2명을 따라잡는 역주를 펼쳤다. 하지만 이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선 부상으로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평창 대회 계주 결승전에서는 팀 동료 임효준이 넘어지는 바람에 4위에 그쳤다.
그는 대표팀 은퇴 시점을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에 다가섰다.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베이징 대회에 임한다. "2006 토리노 대회 이후 16년 동안 남자 계주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출전한 벤쿠버 대회부터 '노골드'가 시작됐는데, 내 손으로 꼭 징크스를 끊고 싶다. 금메달이 간절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시즌(2020~21) 국제대회를 치르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남자 계주는 지난해 10~11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2차 대회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곽윤기가 남자 쇼트트랙 자존심을 지켜냈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4차 대회 계주 결승전, 마지막 코너에서 안쪽을 공략해 캐나다 선수를 추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모두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 덕분"이라며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지만, 그의 노련한 레이스가 빛난 경기였다.
곽윤기는 베이징 대회는 평정심이 메달 색깔을 결정할 것으로 봤다. 결전이 열리는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이미 시합을 치러본 그는 "속도를 제어하는 게 다소 어려운 빙질이다. (이 경기에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도 넘어진 선수가 많았다. 좋은 페이스에 취해 흥분하면 안 된다. 실수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대표팀 후배들에게도 "연습 때처럼, 평소 하던 대로 주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전력은 저평가 받고 있다. 일부 주축 선수가 빠졌고, 감독을 선임하지 못해 집단 코치 체제로 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곽윤기는 후배들이 멘털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때로는 다그치고, 때로는 응원한다. 특히 여자 대표팀 기둥인 김아랑, 최민정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 곽윤기는 "후배들이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때로는 나에게 기대길 바란다. 한국인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잘 극복하는 힘이 있다. 위기를 이겨낸다면 국민에게 더 큰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