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이 제대로 칼을 갈았다. 스마트폰 사업 지휘봉을 잡은 뒤 줄곧 원가 절감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갤럭시폰 최신작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인년 차세대 5G 스마트폰의 포문을 연 '갤럭시S22'(이하 갤S22)로 지난해 하반기 출시해 흥행한 3세대 갤럭시Z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갤S22 핵심 전략은 가격·S펜·플러스
노태문 사업부장은 10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플래그십 갤S22 시리즈를 소개하며 "이 최고의 휴대폰은 혁신의 새로운 룰을 세우며 여러분의 일상을 빛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성과가 부진했던 '갤럭시S21'(이하 갤S21) 시리즈와 달리 이번 신제품은 삼성전자의 '3P(프라이스·펜·플러스)' 전략이 돋보인다.
갤S22 시리즈는 출시 전부터 가격(Price)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 세계적인 부품 부족 현상으로 원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모델별로 출시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갤S21과 마찬가지로 일반 모델에 '100만원 미만' 가격 정책을 고수했다. 플러스 모델의 가격은 동일하며, 울트라 최고 사양 모델은 오히려 5만원 가까이 낮아졌다.
S 시리즈 안에 중저가 수요까지 포함하려는 노 사업부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메이커가 인플레이션과 부품 비용 증가의 해에 가격 동결이라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출시 일정도 똑같다. 3종 모두 오는 25일 시장에 공식 데뷔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제품 수급 일정이 달라질 수 있냐는 질문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다양한 색상 조합을 뒷받침하는 '비스포크 에디션' 출시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궁극의 울트라, 노트 팬까지 잡을까
새로운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갤럭시 노트'의 S펜(Pen)을 제대로 품은 울트라다. 노 사업부장은 언팩 행사를 앞두고 기고문에서 "궁극의 '울트라' 경험을 기대해달라"고 한 바 있다.
전작의 울트라 모델에서도 S펜은 지원했지만, 신제품은 이를 수납하기 위한 슬롯까지 적용했다. 다행히 제품 안에 전용 공간을 넣는 과정에서 배터리나 무게 등에 변화는 없다.
매해 하반기 무대에 올랐던 갤럭시 노트는 2021년에는 폴더블 폰에 자리를 내줬다. 이에 단종설까지 불거지면서 국내외 노트 팬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화면 필기 경험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갤S22 울트라는 S펜을 보관하는 것을 뛰어넘어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 S펜과 비교해 반응 속도를 70%가량 줄여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의 손을 따라간다.
손글씨로 적은 80개 이상의 언어를 인식하며, 공책 위에 쓰는 것과 같은 매끄러운 경험을 보장한다. 경쟁사 애플의 아이패드 이용자들이 종이 질감을 내기 위해 필터를 씌우고 필기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는 '급 나누기'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플러스(Plus) 모델에도 최신 기술을 입혔다. 전작은 울트라에 최신 사양을 집약한 대신, 일반·플러스 모델은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램 용량 등을 하향 조정하며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바 있다.
갤S22 시리즈는 플러스가 울트라의 사양을 일부 공유한다. 대표적인 것이 배터리로, 울트라처럼 45W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완충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일반 모델에는 없는 2배 빠른 '와이파이 6E'와 디지털 ID·자동차 키를 지원할 예정인 UWB(초광대역) 기술 기반 '삼성 월렛'도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
이밖에 전작에서 말이 많았던 발열도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처음으로 탑재한 4나노(nm) 프로세서에 부착되는 '젤-TIM'은 열을 3.5배 더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열이 전달원에서 제품 바깥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해외 IT 매체 샘모바일은 "갤S22는 갤S21보다 더 나은 디스플레이, 더 빠른 성능, 더 나은 카메라와 확장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배터리 수명이 짧은 것(일반·플러스)을 빼면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