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기회가 남았다. '포스트 김연아' 유영(18·수리고)의 무한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영은 지난 15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트리플 악셀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첫 점프여서 긴장도 많이 했다"며 "회전 수 부족이 나왔지만 그래도 넘어지지 않고 잘 랜딩한 것 같다. 그 점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트리플 악셀은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돈다. '피겨 여왕' 김연아도 성공하지 못한 고난도 점프 기술이다. 유영은 과천중 재학 시절인 2019년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 무대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다. 국내 여자 피겨 선수 중 공식전에서 트리플 악셀을 뛸 수 있는 선수는 유영이 유일하다. 하지만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널을 뛴다. 자칫 경기 흐름이 깨질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15일 경기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것도 유영의 트리플 악셀 성공 여부였다. 트리플 악셀은 기본 점수가 8.0점으로 다른 3회전 점프인 트리플 플립(5.3점) 트리플 러츠(5.9점)보다 훨씬 높다. 성공만 하면 올림픽 '톱5'에 진입할 수 있는 '만능 키'에 가깝다. 앞서 4조에서 연기한 히구치 와카바(일본)가 좋은 예였다. 히구치는 트리플 악셀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기본 점수에 수행 점수(GOE) 1.71점을 더해 9.71점을 획득, 총점 73.51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유영은 첫 트리플 악셀 시도에서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다. 회전수가 부족해 더블 악셀(3.3점)로 인정됐고 GOE마저 -0.99점 깎여 2.31점밖에 득점하지 못했다. 결국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6.80점, 예술점수(PCS) 33.54점으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고점(78.22점)에 7.88점 부족한 70.34점에 머물렀다. 5위 히구치에 3.17점 뒤진 6위. 차라리 안정적으로 더블 악셀을 시도해 성공했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트리플 악셀을 고집하다 자칫 게임 플랜이 흔들릴 수 있지만, 포기란 없다.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한번 트리플 악셀에 도전한다. 유영은 "순위를 생각하지 않고 오늘 무대(쇼트프로그램)를 중점으로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 같다. 많이 긴장했지만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좋게 생각한다"며 "여태 준비해온 구상은 트리플 악셀을 쇼트와 프리에 다 넣는 거다. 그래서 프리까지 넣을 생각이고 준비해온 것들을 잘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30명 중 70점을 넘긴 선수는 유영을 포함해 7명이다. 1~3위 카밀라 발리예바(82.16점) 안나 셰르바코바(80.20점·이상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사카모토 카오리(일본·79.84점)와의 점수 차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4위 알레산드라 트루소바(ROC·74.60점)는 추격 가시권이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다면 순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 여자 피겨는 2014년 소치 대회 김연아의 은메달 이후 최다빈(은퇴)이 2018년 평창 대회에서 7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유영은 "긴장을 내려놓고 더 즐겁게 즐기면서 후회 없이 웃는 모습으로 (대회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