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4년 차인 노시환은 팀의 붙박이 4번 타자다. 팀이 본격적으로 리빌딩을 천명한 지난해 10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1 18홈런 84타점으로 그동안 높게 평가받았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부상으로 출장 경기가 적어 누적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풀시즌만 소화한다면 30홈런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였다. 그동안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던 선구안도 73볼넷과 출루율 0.386을 기록하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 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다. 첫 7경기 성적이 타율 0.192(26타수 5안타) 3타점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4경기 만에 멀티 홈런으로 첫 손맛을 봤던 것과 달리 홈런 소식도 잠잠했다. 노시환이 식어버리자 한화 역시 주춤했다. 같은 기간 최하위였던 팀 평균자책점(4.19)도 문제였지만 득점 공동 7위까지 떨어진 타선 탓에 좀처럼 이기지 못했다. 리그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새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만 외롭게 서 있을 뿐이었다.
잠잠했던 노시환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노시환은 10일 KT전에서 4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팀의 6대 4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모든 안타가 승부처를 만들었다. 첫 타석부터 기회를 살렸다. 노시환은 0-1로 뒤처지던 1회 말 바로 2타점 역전 적시타로 응수했다. 이어 2-3으로 역전당한 뒤인 6회 말에는 우전 안타로 출루해 주자로서 활약했다. 후속 이성곤의 타석 때 KT 3루수 황재균이 포구 실책을 범하며 타구가 좌익수 앞으로 흘러갔다. 야수와 3루 베이스가 멀지 않았던 상황이지만, 노시환은 좌익수의 움직임이 주춤한 사이 재빠르게 3루 베이스를 선점했다. 공교롭게도 후속 득점은 땅볼로 만들어졌다. 그가 3루까지 가지 않았다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승리에 쐐기를 박은 것도 그였다. 노시환은 8회 말 박시영이 던진 시속 134㎞ 슬라이더가 높게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의 대형 솔로 홈런으로 리드를 석 점까지 벌리며 이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리빌딩 2년 차인 한화는 올 시즌 성적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비시즌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 없던 탓에 전력 보강은 터크먼뿐인 상황이다. 지난해 핵심 전력이었던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해줘야 지난해 이상의 팀 성적이 가능하다. 유일한 장타자 노시환의 존재감은 더 크다. 정은원, 하주석, 최재훈 등 다른 타자들은 출루 능력이나 수비력이 장점일 뿐 20홈런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민규 등 파워 히터 유망주는 있지만 대부분 적응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노시환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야 한화 타선도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