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LG 감독은 스프링캠프에 앞서 "선발진 고민이 여전히 가장 크다"고 했다. 이 고민을 시범경기에서 해결하는 듯했다. 3~4선발 임찬규(10과 3분의 2이닝 4실점)와 이민호(10과 3분의 2이닝 2실점)가 안정적이었고, 5선발로 낙점된 좌완 손주영(6이닝 무실점)까지 호투했다.
개막 후 선발 로테이션이 채 세 바퀴를 돌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임찬규는 지난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임찬규가 대량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LG 벤치는 경기 초반 마운드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임찬규는 시즌 첫 승을 올린 지난 5일 키움 히어로즈전(5이닝 3실점) 투구 내용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고, 12일 SSG전(5이닝 4실점)은 패전 투수가 남았다. 올 시즌 1승 1패 평균자책점 7.15로 출발이 좋지 않다.
이민호는 벌써 2군에 내려갔다. 올 시즌 세 차례 등판에서 5회를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총 9과 3분의 2이닝 동안 내준 안타(17개)와 4사구(7개) 허용이 너무 많았다. 평균자책점은 12.10이다. 지난해 한화전에서만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58로 굉장히 강했지만, 15일 맞대결에선 3과 3분의 1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이 경기 후 2군행을 통보받았다. 류지현 감독은 "2군에서 시간을 갖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면 돌아와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주영은 지난 6일 키움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13일 SSG전에서는 4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다. 프로 통산 선발 경험이 11차례로 적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LG는 10개 구단 최고 불펜을 자랑한다. 지난해(3.28)에 이어 올 시즌에도 구원 평균자책점은 1위(1.01) 팀이다. 하지만 선발진이 조기에 무너지면 강한 불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불펜 부담이 가중되고, 체력 소모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LG는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강력한 선발진 구축이 필수다. 단기전에서 외국인 투수뿐만 아니라 1~2명의 토종 선발진 활약이 뒤따라야 한다. '에이스' 케이시 켈리(2승, 평균자책점 3.65)와 새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2승 1패, 평균자책점 2.65)는 안정감을 준다.
선두 SSG 랜더스는 팀 평균자책점도 2.14로 1위에 올라 있다. 선발진 ERA는 이보다 낮은 1.59다. 선발 투구 이닝도 84와 3분의 2이닝으로 단연 가장 많다. 김광현과 노경은, 오원석 등 토종 선발진이 외국인 투수보다 더 좋은 투구를 펼친다.
LG로선 시즌 초반 10승 4패, 2위를 달리며 좋은 모습이나 당분간 토종 선발 강화라는 숙제를 확인하고 있다. 선발진 보강을 기대할 만한 뚜렷한 내부 자원은 없다. 차우찬은 재활 중이다. 정찬헌은 지난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로 내보냈다. 이민호의 빈자리도 입단 동기 좌완 김윤식으로 대체한다. 결국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된 이들이 호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