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KBS2 ‘뮤직뱅크’가 발표한 5월 둘째 주 차트 집계 결과를 두고 ‘방점뱅크’라는 우스갯소리가 다시 나왔다. ‘뮤직뱅크’가 매주 발표하는 케이 차트에서 방송점수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음을 꼬집는 말이다.
이날 방송에는 임영웅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와 르세라핌의 ‘피어리스’(FEARLESS)가 1위 후보에 올랐다. 임영웅은 7035점을 기록하며 267점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문제는 점수 배분이었다. 르세라핌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임영웅의 점수에 뒤처졌음에도 방송 횟수 점수에서 5348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방송 횟수 점수 하나만으로 음반, 음원 부분에서 강세를 보이는 임영웅을 압도한 것이다.
임영웅은 지난 2일 첫 정규 앨범 ‘아임 히어로’(IM HERO)를 발표, 초동(발매일 기준 일주일 동안의 음반 판매량) 판매량만 110만장을 넘게 기록했다. 국내 솔로 가수 신기록이다. 르세라핌의 경우 초동 30만 장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같은 결과에 뿔난 임영웅 팬덤은 ‘뮤직뱅크’에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 ‘뮤직뱅크’ 측은 “이번 순위의 집계 기간(5월 2∼8일) 집계 대상인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 임영웅의 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임영웅의 팬덤은 더 반발했다. KBS가 언급한 집계 기간 동안 KBS 표준FM ‘임백천의 백 뮤직’(5월 4일), ‘설레는 밤 이윤정입니다’(5월 4일), ‘김혜영과 함께’(5월 7일) 등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선곡한 사실이 드러난 것. 그러자 KBS 측은 다시 한번 입장을 내고 “방송 점수 가운데 라디오 부문은 KBS 쿨FM의 7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7개 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은 집계 대상이 아님을 알려드린다. 이 기준은 모든 곡에 매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뮤직뱅크’ 순위 집계에 들어가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된 것일까. 이런 기준은 언제부터 마련된 것일까. KBS의 입장이 전부 사실이라 할지라도 ‘뮤직뱅크’가 아이돌 중심의 댄스 음악(쿨FM에서 선호하는)에 기본적으로 높은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다.
결국 이 문제는 경찰 수사로까지 가게 됐다. 한 누리꾼이 KBS가 임영웅의 선곡표를 지웠다가 살리는 일명 ‘기록 조작 의혹’과 ‘뮤직뱅크’ 해명에 오점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보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 판단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 이렇게까지 되자 임영웅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르세라핌의 입장도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공정하지 못한 트로피라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의 대중가요 및 최신 음악 정보를 전달하는 고품격 가요 쇼 프로그램. ‘뮤직뱅크’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소개하고 있는 프로그램 설명이다. 쿨FM에 편중된 선곡표 리스트가 다양한 장르의 대중가요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에 걸맞을까. 음원이나 음반보다 방송 점수의 비중이 높은 것이 과연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본질에 부합하는 부분일까. ‘뮤직뱅크’와 KBS에 자성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