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선발 투수 윤대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던 독수리의 선발 투수들이 조금씩 호투하기 시작했다.
한화는 지난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5-1로 승리했다. 6회 4득점을 집중시킨 타선의 힘도 컸지만,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3승을 챙긴 선발 윤대경(28)의 호투가 돋보였다. 그는 최근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며 최근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윤대경에게 두산은 잊을 수 없는 상대다. 지난 5월 26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던 그는 3분의 2이닝 7피안타 2사사구 9실점으로 시즌 5패를 당했다. 그는 9일 승리 후 "너무 처참하게 무너져 충격이 컸다. 두산전에서 잘 던지고 싶었는데 승리 투수가 돼 기분 좋다. 상처를 조금 씻을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참패의 원인은 결국 제구였다. 윤대경은 "내가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라면 가운데로 몰려도 파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내 공은 가운데로 몰리면 쉽게 맞는다"며 "그래서 보더라인 투구를 지향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동걸 한화 투수 코치는 "윤대경은 선발 풀타임 시즌이 처음이다. 체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안 좋은 경기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대전 두산전 때 처음 느낀 것 같다"며 "투수는 마운드에서 '제구가 안 된다'고 의식하면 더 정확하게, 더 강하게 던지려다 실투가 나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윤대경이 그걸 깨달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한화 이글스 선발 남지민이 잠실구장에서 선발 등판,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호투한 선발은 윤대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전인 7일 경기에서는 남지민이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상대 로버트 스탁의 호투에 밀려 패전 투수가 됐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다운 안정감을 선보였다. 남지민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등판이었다. 데뷔 후 첫 퀄리티 스타트라 좋지만 과정이 순탄, 깔끔하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반대 투구가 너무 많았다"며 "원래 경기 초반 약했다. 자멸하곤 했는데 7일 경기에서는 그걸 이겨냈다. 선발로 던질수록 내 스타일을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지민은 윤대경이 말했던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다. 윤대경이 보더라인 투구에 힘썼다면 남지민은 스트라이크 넣기에 집중했다. 이동걸 코치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던 날이다. 국내 우완 투수 중 남지민처럼 최고 시속 152~153㎞를 넘나드는 선수는 많지 않다. 내 구위를 믿고 존 안에 얼마나 넣느냐가 중요한 투수"라며 "선수도 점점 자신의 구위를 믿고 어떤 방식으로 투구할지를 느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페이스가 좋아졌지만, 한화는 무리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 모두 80구 안팎만 소화하며 선발 등판을 마친다. 이동걸 코치는 "남지민은 작년에 재활에서 돌아왔다. 최대 100구가 넘어가지 않게 하고, 이번 주에는 주2회 등판이 예정되어 있어 7회에 올릴 수 있어도 투구 수를 잘랐다. 한 이닝을 더 투구하는 것보다 선수의 건강을 지키고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윤대경 역시 마찬가지다. 윤대경은 8일 투구를 마친 후 "사실 7회까지 더 던지고 싶었다"면서도 "수베로 감독님이 '연료가 남아있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자'고 하셔서 욕심부리지 않고 마무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