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은 지난 12일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기록, KBO리그 구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4월만 하더라도 타이틀 경쟁에서 멀어져 있던 그였지만 어느새 구원 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누가 뭐래도 강력한 구원왕 후보는 오승환"이라고 했다.
올 시즌 구원왕 경쟁은 '춘추전국시대'다. 고우석(LG 트윈스) 정해영(KIA 타이거즈) 김택형(SSG 랜더스)을 비롯한 '젊은 피'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오승환은 독야청청이다. 통산 일곱 번째 구원왕에 도전하고 있다.
불혹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흔들림이 없다. 마운드에서 서면 오히려 나이를 잊고 공을 던진다. 오승환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후배들과의 세이브 경쟁'에 대해 "나이에 연연하거나 나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무리 후배라고 해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면 모두가 똑같은 선수"라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세이브 기록을 논할 때 그의 이름을 빠트릴 수 없다. 13일 기준으로 리그 개인 통산 세이브가 355개다. 손승락(은퇴·271세이브)을 크게 앞선 1위. 미국 메이저리그(MLB·42개)와 일본 프로야구(NPB·80개) 기록을 더하면 세이브가 477개까지 늘어난다. 지난 시즌 39세 2개월 28일의 나이로 40세이브 고지를 정복, 리그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기록(종전 손승락·31세 6개월 10일)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 구원왕에 오른다면 리그 사상 첫 '40대 구원왕'이라는 훈장을 달게 된다.
경험은 강력한 '무기'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오승환의 올 시즌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302로 다소 높다. 슬라이더는 오승환을 상징하는 구종이다. 지난해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97에 불과했다. 다른 투수였으면 마운드 위에서 고전할 수 있지만, 오승환은 노련하게 투구 레퍼토리를 달리한다. 지난해 전체 구종 대비 5.4%였던 커브 비중을 0.8%까지 줄이고, 체인지업 비중(0.6%→2.8%)을 약간 끌어올렸다. 포크볼과 체인지업 콤보로 타자의 허를 찌른다. 블론세이브가 1개에 불과한 오승환은 "세이브 상황에 등판하면 블론세이브를 하지 말자는 생각과 세이브를 꼭 기록해 팀 승리를 지켜내자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불펜은 지난겨울 큰 변화를 겪었다. 사이드암스로 심창민이 NC 다이노스로 트레이드됐고, 필승조 최지광은 군 복무에 들어갔다. '제2의 오승환'으로 기대가 컸던 김윤수의 구위도 시즌 초반 들쭉날쭉했다. 개막전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이은 악재에도 불펜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오승환의 존재다. 허삼영 삼성 감독이 "마흔 살 나이에도 가장 빨리 (야구장에) 나와 운동하면서 루틴을 꾸준히 지킨다"고 말할 정도로 오승환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구원왕 타이틀을 쉽게 내줄 생각은 없다. 전인미답의 KBO리그 400세이브를 향해 묵묵히 공을 던진다. 오승환은 "구원왕에 대한 욕심은 이 보직을 맡으면서 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팀 승리를 위해 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