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선발진은 올 시즌 '좌완' 왕국이다. 에이스 양현종과 지난해 신인왕 이의리, 새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 그리고 부상 재활 치료 중인 션 놀린 모두 왼손 투수다.
여기에 또 한 명의 기대주가 가세할 전망이다. 상무 야구단 '2년 차' 투수 김기훈(22)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 등판, 남부리그 올스타 선발 투수로 등판해 3이닝 동안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는 '짠물' 투구를 선보였다. 탈삼진은 4개.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9㎞까지 찍혔다. 남부 올스타는 북부 올스타를 3-2로 꺾었고, 김기훈은 우수 투수상을 수상했다. 기록보다 투구 내용이 돋보였다.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힘으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다가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그리고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김기훈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에 등판, 5승 1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무명이나 1.5군 선수였지만 입대(경찰 야구단·상무) 뒤 퓨처스리그에서 경기 경험을 쌓아 성장한 선수는 매우 많다. 이후 1군 무대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선수도 적지 않다. 당장 리그 최고 포수인 양의지가 그랬다. 가장 최근에는 2018년 열린 울산 올스타전에서 우수타자상을 받았던 김민혁(KT 위즈)이 꼽힌다.
퓨처스 올스타전에 나온 선수들은 각 소속팀의 미래 주역이다. 김기훈은 결코 쉽게 제압할 수 없는 타자들을 압도했다.
김기훈은 2019년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의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스프링캠프부터 '즉시' 전력감으로 인정받았다. 그의 투구를 본 저명한 야구인들이 '제2의 양현종'이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당시 KIA가 유독 상위 라운더 유망주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같은 유형(왼손 투수) 대형 신인을 향해 더 큰 관심이 모였다.
실제로 김기훈은 2019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팀의 시즌 5번째 경기(3월 28일)에서 선발 기회를 얻었다. 한화 이글스 타선을 상대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2번째 선발 등판(4월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6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후 등판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전에선 각각 볼넷 6개와 5개를 내주며 부진했다. 구위와 슬라이더의 각도 모두 호평을 받았지만, 제구가 불안했다. 구원 등판한 5월 12일 SK전에서는 2와 3분의 2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주기도했다.
데뷔 시즌 3승 4패 평균자책점 5.56을 기록한 김기훈은 2020시즌에도 승리 없이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5.22로 부진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6월에야 1군에 합류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1군을 지키지 못했다. 김기훈은 결국 2021년 1월 입대를 선택했다.
2021시즌 이의리가 등장, 1985년 이순철 이후 36년 만에 타이거즈 소속 신인왕에 오르며 쾌거를 이루자, 김기훈의 존재감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한층 성숙해진 투구를 보여주며 KIA팬에 설렘을 안겼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는 5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19볼넷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2021시즌 1군에선 52이닝 동안 31볼넷을 내줬다.
구위가 워낙 좋은 투구이기 때문에 영점만 잡는다면 1군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다. '좌완 강속구' 투수는 여전히 희소하다. 김기훈은 전역을 앞두고 있다. 확장 엔트리가 적용되는 9월엔 1군에 복귀할 전망이다. 5강 진입을 노리는 KIA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