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t wiz의 경기. 7회초 2사 주자 1,2루에서 키움 이정후가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무결점 타자'다. 지난 4월 프로 데뷔 6년 만에 3000타석 기준 KBO리그 통산 타율 1위로 올라섰다. 6월에도 존재감이 대단했다. 25경기에 출전, 타율 0.392(97타수 38안타) 8홈런 27타점을 기록했다. 리그 월간 타점과 최다안타 1위, 타율과 홈런, 출루율(0.496)에선 모두 2위였다. 그 결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즌 베스트 월간 MVP' 6월 팬 투표에서 8584표(총 유효표 1만3167표)를 얻어 수상자로 선정됐다.
경쟁자들이 쟁쟁했다. 한 달 동안 홈런 10개를 때려낸 박병호(KT 위즈),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케이시 켈리(LG 트윈스)의 6월 기록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팬심이 향한 곳은 이정후였다. 4월부터 진행된 '시즌 베스트 월간 MVP' 투표에서 8000표 이상 득표자가 나온 건 '6월 이정후'가 처음이다. 그는 "6월의 시작이 좋았던 건 아니다. 10경기 정도는 잘했다고 볼 수 없는데 (이후) 15경기에서 확 몰아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6월 첫 10경기 타율은 0.341(41타수 14안타)였다. 이후 15경기 타율이 0.429(56타수 24안타)로 크게 올랐다. 이정후는 "(6월 중순까지) 야구가 재미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마음의 슬럼프'였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쳤던 것 같다"며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싶었다. 좋은 걸 자주 보면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수 있게 노력했다. 초심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터닝포인트는 6월 10일부터 열린 KIA 타이거즈와 원정 3연전이었다. 이정후는 3경기에서 7안타(3홈런) 10타점을 쓸어담았다. 특히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5타수 4안타(2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프로 첫 만루 홈런과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종전 6타점)까지 경신했다. 그는 "멘털이 지쳤고, 성적도 올라오지 않던 시기였다. 그 3연전 이후 기록이 많이 올라온 거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26일 기준으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38이다. 선두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0.337)에 1리 앞선 1위. 데뷔 첫 타격왕 타이틀을 따낸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리그 역사상 네 번밖에 없는 '타격왕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경험을 해보니까) 마지막 20경기가 남았을 때 타율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더라. (정규시즌 막판엔) 확 치고 나가긴 힘들고, 타격이 무너지지 않게 잘 유지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큰 생각이 없긴 한데 그때 가서 상황이 이러면(타이틀에 근접하면)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2 KBO리그 올스타전이 1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나눔 올스타 키움 이정후가 1회 양의지의 중전안타 때 득점한 뒤 더그아웃에 들어와 기뻐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지난 16일 열린 올스타전에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정후는 2017·2019·2020·2021년에 이어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올스타전 베스트12'로 선정됐다. 아버지 이종범(LG 퓨처스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레전드 40인' 투표에서 톱4로 뽑혀 올스타전 현장에서 꽃다발을 받았다.
팬들을 위해 레게머리를 한 이정후는 아버지와 기념 촬영을 하며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부모님이 올스타전 경기를 (현장에서) 본 게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아버지가 많은 팬 앞에서 인정받아서 멋있었다. 뜻깊었다"며 "(레게머리는) 여러 선수를 찾아보다가 NBA(미국프로농구) 앨런 아이버슨의 스타일을 따라 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정후는 KBO리그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최연소(23세7개월28일)이자 최소경기(670경기)로 900안타 고지를 정복했다. 통산 1000안타도 3개만(26일 기준) 남겨놔 기록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는 "열심히 하지 않거나 게을리했다면 기록이 계속 떨어질 수 있지만, 그게 아니다. 굳이 하려고 (무리)하지 않아도 다치지 않으니까 기록이 따라오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키움은 5강 후보가 아니었다. 지난겨울 간판 타자 박병호가 팀을 떠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확 줄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키움은 짜임새 있는 투·타 전력을 앞세워 리그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이정후는 "한 명의 선수가 빠진 자리를 한 명이 메우려고 하면 안 된다. 경기를 뛰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9명과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다들 잘해주고 있다"며 "전반기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마쳤는데 (키움) 팬분들께서 이 부분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내년에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대해 "무조건 출전하고 싶다. 프로 입단 후 열린 국제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해서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성적을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