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거포 기대주' 문상철(31)이 올 시즌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 리그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인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을 무너뜨렸다.
문상철은 지난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주중 3연전 3차전에 선발 출장했다. 이 경기 전까지 1군에서 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다. 이날은 체력 안배 차원에서 지명타자로 나선 주전 1루수 박병호를 대신해 한 자리를 맡았다. 그런 그가 안우진에게 홈런 1개 포함 3안타를 치며 KT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안우진은 이 경기 1·2회 퍼펙트 피칭을 보여줬다. 볼넷 출루조차 없었다. 그러나 문상철이 이런 안우진에게 일격을 가했다. 3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안우진의 150㎞/h 강속구를 밀어쳐 우중간 2루타를 쳤다. 0-1로 지고 있던 KT는 후속 타자 신본기의 희생번트와 심우준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조용호와 배정대가 흔들린 안우진을 공략해 1점을 더 추가했다.
문상철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호쾌한 홈런을 때려냈다. 148㎞/h 슬라이더가 몸쪽(우타자 기준) 가운데로 몰리자, 주저 없이 배트를 돌렸고, 좌중간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자신의 시즌 1호 홈런이었다. 안우진에겐 시즌 3번째 피안타를 안겼다.
문상철은 6회 타석에서 안우진을 다시 흔들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섰고, 안우진으로부터 좌전 안타를 쳤다. 집중력을 유지하던 안우진은 이 피안타를 기점으로 무너졌다. 후속 타자 신본기에게 우중간 2루타, 후속 타자 심우준에게 볼넷, 조용호와의 승부에선 폭투 뒤 볼넷을 내줬다. 주자를 만루에 두고 상대한 배정대에겐 싹쓸이 3루타를 허용했다. KT '활화산' 화력 시발점은 모두 문상철의 안타였다.
KT는 8-2로 승리했다. 문상철은 올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팀 승리를 이끌며 처음으로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안우진에게 홀로(한 경기 기준) 3안타를 뽑아낸 타자는 그가 유일하다.
문상철은 경기 뒤 "안우진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투수다. 다른 타자도 쉽게 공략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섰다. 타이밍이 늦지 않게,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타격하는 것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팀 선배 박병호에게 빌린 배트로 맹타를 휘둘렀다는 비화도 귀띔했다.
문상철은 KT의 '아픈 손가락'이다. 창단 멤버이자 고려대 4번 타자 출신 '거포 기대주'로 주목받았지만, 좀처럼 1군에 정착하지 못했다. 종종 존재감을 보여줬다. 2020년 후반기에는 한국야구 대표 '타격 기계' 김태균으로부터 직접 조언을 받고 장착한 타격 자세로 맹타를 휘둘렀다. 9월 이후 출전한 38경기에서 타율 0.307 6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앞서 KT가 89경기를 치르는 동안 6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리그 대표 투수를 무너뜨리는 첨병 역할을 해내며 다시 기대감을 높였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두 살. 더 물러날 곳이 없다. 문상철도 알고 있다. 강백호가 1루수로 전향하고, 박병호까지 가세하며 입지가 좁아졌지만, 전의를 잃지 않고 묵묵히 배트를 돌리고 있다.
문상철은 "올 시즌 1군에서 10타석도 나서지 못했다. 상황적으로도 여의치 않았고, 나도 못했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멘털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1군에서) 불러주셨을 때 잘하려면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28일 키움전) 팀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고 했다.
좋은 기운을 얻은 문상철이 어떤 경기를 보여줄 지 관심이 모인다. KT는 29일부터 LG 트윈스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