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31·KT 위즈)는 올 시즌에도 KBO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영표는 지난달 29일 등판한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며 KT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9승(5패)째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종전 2.97에서 2.90으로 낮췄다.
고영표는 이날 올 시즌 14번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이 부문 리그 공동 4위 기록. 국내 투수 중에선 양현종(KIA 타이거즈),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공동 1위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2021) 리그 최다 QS(21번)를 기록했다. 이전 10년(2011~2020시즌) 기준으로 이 기록을 달성한 국내 투수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김광현(SSG 랜더스)·양현종뿐이다. 고영표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팬들로부터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고영표는 올 시즌에도 20QS 고지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부상이 없다면 후반기 최소 10번 이상 더 등판할 수 있다. 앞선 18차례 등판에서 남긴 QS 확률은 77.8%(18번 중 14번)다. 마지막으로 2년 연속 20QS를 달성한 국내 투수는 양현종(2016~2017시즌)이다.
5년 만에 대기록을 노리는 고영표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QS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록이다. 20QS를 의식하진 않겠지만,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만큼 꼭 여섯 번을 더 채워서 2년 연속으로 해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20QS를 해내면) 한 시즌을 치른 뒤 '팀 마운드 운영에 기여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지난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KT 소속 국내 투수는 고영표가 유일하다. 올 시즌에도 경기당 평균 6과 3분의 2이닝을 막아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후배 선발 투수들에게도 귀감을 줬다. 배제성, 소형준 등 KT 다른 선발 투수들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고)영표 형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고영표는 "내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후배들한테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 그래도 이닝 소화 욕심이 커져서인지 두 투수(배제성, 소형준)가 도망가지 않는 투구를 하려는 것 같더라. 선배로서 귀감이 된 것 같아 기쁘다"라며 웃었다.
고영표의 안정감은 다른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2일 기준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적은 볼넷(17개)과 피홈런(3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이 두 부문에서도 고영표는 리그 1위였다.
그는 "볼넷이 가장 싫다. 선두 타자 또는 2아웃 이후에는 특히 볼넷을 내주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적은 피홈런에 대해서는 "타자들이 체인지업과 속구가 헛갈리다 보니, 대체로 히팅 포인트를 앞이 아닌 뒤에다 두는 것 같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피장타가 적은 게 아닐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인지업이 계속 타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도 전했다.
올 시즌엔 조금 더 욕심을 낼 생각이다. 고영표는 "QS를 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매 경기 1점이라도 덜 주는 피칭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서 "개인 평균자책점도 0영향이 있겠지만, 선발 투수로서 팀의 승리 확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