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시즌 프로농구의 화두는 ‘빠른 농구’다. 지난 시즌 서울 SK가 김선형, 최준용, 자밀 워니 등을 앞세운 특유의 5G(5세대 이동통신)급 스피드 농구를 펼쳐 트리플(KBL 컵대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우승)을 달성하면서 다른 팀들도 스피드를 갖춘 공격 전술로 개편해 새 시즌 개막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내내 우승 경쟁을 펼쳤던 SK와 수원 KT가 빠른 농구의 트렌드를 이끌어 간다. SK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85.7점을 기록해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외국 선수 최우수선수(MVP) 워니가 평균 22.1점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국내 선수 MVP 최준용(평균 16점)과 챔피언 결정전 MVP 김선형(평균 13.3점)도 힘을 보탰다.
SK의 독주 배경에는 ‘속공’이 있었다. SK는 지난 시즌 속공에 의한 득점이 13.9점으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수비에 성공하면 다섯 명의 코트 플레이어가 상대팀 코트로 전력 질주해 득점에 성공했다. SK와 맞붙은 상대팀 감독과 선수들은 “SK의 속도와 트랜지션에 당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새 시즌에도 SK의 강점을 살릴 농구는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전희철 SK 감독은 “지난 시즌 개막 출사표가 ‘슥(SK) 잡아봐라’였는데 다른 팀이 못 잡은 것 같다. 올 시즌도 급이 다른 스피드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최준용도 “(모든 팀이)빠른 농구를 강조해서 육상 미디어데이인줄 알았다”면서 “올 시즌도 통합우승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SK의 대항마로 꼽힌 KT도 스피드를 앞세워 정상에 도전한다. 서동철 KT 감독은 “스피드를 보완해 전희철 감독님의 SK 농구를 따라가도록 열심히 하겠다. 연습할 때 선수들에게 농담삼아 ‘우사인 볼트(육상선수)를 떠올리며 선수들에게 뛰는 농구를 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KT는 지난 시즌 속공에 의한 득점(8.8점)에서 6위에 그쳤다.
개막 전에 치르는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KT는 빠른 농구로 탈바꿈했다. 컵대회 4경기에서 속공 득점을 경기당 평균 9.75점을 기록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허훈이 상무에 입대하면서도 경기력은 더 활발해졌다. KT 에이스인 양홍석은 “허훈의 공백이 생겼으나 (오히려) 우리 팀의 농구가 더 빨라졌고,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다”고 짚었다.
개막 미디어데이 종료 후 만난 양홍석은 “빠른 농구도 중요하긴 한데, 정규리그 54경기 내내 그 농구를 유지할 수 없다. 우리는 빠른 농구에다가 정확한 농구를 곁들이겠다. 빠르고 정확한 농구가 새 시즌 우리 팀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홍석은 올 시즌 허훈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책임감을 안았다.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6주 재활 진단을 받은 최준용은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최준용은 “통영에서 열린 KBL 컵대회를 봤는데, 다른 팀들의 속도가 전부 노르더라. 무슨 농구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빠른 농구가 전혀 아니더라”라며 “(김)선형이 형을 어떻게 쫓아갈지 걱정된다. (무작정 빠른 농구를 쫓아하다가) 발바닥 터진다. 몸조심 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