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경험조차 없던 박성한(24·SSG 랜더스)이 팀을 한국시리즈(KS) 직행으로 이끌었다.
박성한은 올 시즌 타율 0.298 OPS(출루율+장타율) 0.749와 147안타 56타점 68득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지난해(0.302)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올 시즌 투고타저 경향을 고려하면 지난해 못지않았다. 안타·타점·득점 등은 모두 지난해 기록을 경신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모든 지표에서 작년을 넘겠다"고 했던 그는 그 다짐을 지켰다.
수비에서도 공헌도가 컸다. 24실책을 기록하며 흔들리긴 했어도 140경기에 출장해 유격수 중 가장 많은 1176이닝을 소화했다. 박성한보다 많이 출장한 내야수는 3루수 송성문(키움 히어로즈)뿐이었다. 박성한이 한 시즌 내내 유격수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SSG는 내야 수비에서 큰 고민을 덜고 정규시즌 우승을 이뤄냈다. 박성한의 개인 성적은 오지환(LG 트윈스)에 못할지라도 그의 공헌도가 컸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박성한은 “실수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일들도 많이 겪었지만, '1등팀' 유격수였다는 점에도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1위 유지)' 우승이어서 더 의미 있다”고 기뻐했다.
왕조 시기부터 우승 네 번을 이룬 SSG 선수단이지만, 박성한은 가을야구 경험이 없다. 2018년 우승도 2군에서 지켜봤다. 박성한은 첫 우승이지만 실감이 덜 났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직접 경기를 끝내고 우승을 거머쥔 게 아니라 좀 허전하긴 했다. ‘이게 우승한 건가’라고 느꼈다”라며 “그래도 선수단 모두 기뻐했다. 시즌 후반 선수단이 경기 하나하나에 긴장했던 느낌은 있었지만, 마지막 3일 대전 한화전부터는 편하게 하자고 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떠올렸다.
그에게 순위 싸움에서 가장 큰 위기가 언제였냐고 묻자 “팀은 잘 모르겠고 나한테 제일 큰 위기는 키움전(9월 30일 경기·개인 3실책 기록)이었다. 그래도 그날 전력으로 뛰고 득점한 덕분에 이겨서 편하게 우승한 것 같다”고 웃었다. 3실책이 예방 주사가 됐냐고 묻자 “그렇게 보셔도 된다. 물론 난 KS에서도 정규시즌과 똑같이 하겠다. 더 잘하려고 하지도 않고 하던 대로 하겠다”고 평상심을 다짐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박성한의 최대 이슈는 체력이다. 수비 부담이 많았는데도 상위 타선에 중심 타선까지도 소화하면서 팀 내 타석 2위(564타석)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실책이 몰리고 3할 타율을 지키지 못한 데에도 체력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우려가 따랐다. 그래도 끝까지 완주했고, 플레이에 여지를 두지 않았다.
체력 관리에 관해 묻자 박성한은 “트레이닝 파트 코치님들께서 관리를 많이 도와주셔서 한 시즌을 잘 버텼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라며 “영양제는 기본이다. 닭가슴살도 원래 안 먹었는데 코치님들께서 권유받고 잘 챙겨 먹으면서 버텼다. 잘 먹으려고 한 덕분에 마지막까지 잘 버틴 것 같다”고 했다. 정규시즌을 완주한 박성한은 약 3주의 휴식을 얻었다. 그가 전반기 타율 0.332의 불방망이를 되찾는다면 통합 우승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