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고민 중 하나는 이정후(24)에 대한 높은 의존도다. 올 시즌 0.252인 키움의 팀 타율은 이정후의 성적을 제외하면 0.240까지 떨어진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포스트시즌(PS)을 앞두고 "참 아이러니하다. 팀 타율이 (사실상) 꼴찌인데 타격 5관왕(이정후)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정후의 활약에 팀이 일희일비하면서 '정후 히어로즈'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그만큼 이정후의 가치가 높다는 의미지만, 팀 스포츠인 야구 특성상 달가운 꼬리표도 아니다.
키움은 이번 가을 '이정후 의존도'를 낮췄다. 정규시즌 2위 LG 트윈스를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서 꺾은 원동력도 고른 선수의 활약이 밑바탕이었다. 키움은 승리를 따낸 PO 2~4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이용규·임지열·야시엘 푸이그가 뽑혔다. 예상하지 못한 타순과 상황에서 경기마다 '깜짝 스타'가 쏟아졌다.
시리즈 전체 MVP는 이정후의 차지였지만 그를 지원하는 후방 사격이 만만치 않았다. 관심이 쏠린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선 전병우가 대타 역전 투런 홈런 포함 3타점으로 활약했다. 홍원기 감독은 "단기전은 어느 한 선수에 치중하는 것보다 상·하위 타선이 골고루 하는 게 더그아웃 분위기나 팀 에너지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반겼다.
하지만 이정후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커질 조짐이다. 4번 타자 김혜성의 부진이 뼈아프다. 김혜성은 KS 1·2차전에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볼넷도 없어 타율과 장타율은 물론이고 출루율까지 '0'이다. 3년 전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김혜성은 2019년 KS에서 시리즈 14타서 11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개인 통산 KS 성적이 23타석 20타수 무안타. 4번 김혜성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3번 이정후의 파괴력도 급감했다. SSG 투수들이 무리해서 이정후와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지 않는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김혜성이 바로 뒤에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타자 푸이그도 기복을 보인다. 4번과 5번 타순이 삐걱거리니 중심 타선의 화력이 그만큼 반감됐다.
홍원기 감독은 PS 내내 '고정 라인업'을 유지한다. 클린업 트리오는 이정후-김혜성-푸이그가 고정이다. 어떤 유형의 투수가 나오더라도 변화가 없다. 이정후와 김혜성의 타순을 붙이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다.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은) 공격적인 성향을 버리고 침착하게 타격했다면 수위 타자 경쟁을 했을 거"라며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선 눈감고 돌리는 거 같다. 공격 찬스에선 하나 둘 셋도 아니고 하나 둘에서 친다"고 그의 공격적인 성향을 설명했다.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에선 과감하고 적극적인 타격이 통했다.
하지만 KS에선 다르다. 침묵을 거듭한다. 홍원기 감독은 KS 2차전을 패한 뒤 "공격에 있어서 이 타순이 가장 좋은 흐름일 거 같다"며 "김혜성을 4번 타순에 기용하는 건 기존 틀대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변치 않은 신뢰를 보냈다. 키움이 '정후 히어로즈'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창단 첫 KS 우승을 실현하려면 '4번 김혜성'의 반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