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는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3-6으로 패했다. 정규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믿고 내보냈던 외국인 선발 투수 숀 모리만도(30)가 3회 무너지면서 2와 3분의 1이닝 6실점(5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SSG도 이길 수 있었다. 이날 SSG 타선은 7안타 8볼넷으로 나름 분전했다. 5회까지 전체 3출루로 부진했지만, 나머지 12출루는 모두 6회 이후에 기록했다. 9회 상대 실책이라는 기회까지 얻으면서 6·7·8·9회까지 4이닝 연속 만루를 만들었다. 6·7·8회는 키움 투수들이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9회도 상대 투수 최원태가 실책을 범했다. 키움의 분위기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경기 후 "올해 가장 힘들었던 경기"라고 떠올릴 정도로 매 이닝이 위기였다.
그러나 SSG가 네 번의 기회에서 얻은 점수는 단 2점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1회 선취 타점을 올린 3번 타자 최정이 기록한 2타점 적시타 덕분이었다. 6회 박성한, 8회 추신수, 9회 최주환까지 세 타자가 모두 찬스에서 한 점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병살타 세 번이면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이 있듯, 만루 기회 세 번을 잡지 못했는데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타격에는 행운이 작용한다. 만루 기회 네 번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SSG 타선의 힘을 의미한다. 3주간의 실전 공백을 보내고도 1~3차전 동안 대량 득점을 만들어낸 저력을 선구안으로 증명했다. 특히 8회 만루 기회에서 추신수가 친 좌익수 뜬공은 고척 외야 담장을 넘기지 못했을 뿐, 충분히 강력한 타구였다.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면 코스와 결과까지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SSG 타자들의 과정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5차전 이후에는 환경이 달라지니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 경기에서 SSG 타자들은 강력한 외야 타구를 여러 개 날렸으나 외야수들에게 잡히면서 잔루만 쌓곤 했다. 그러나 같은 타구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나온다면 장타와 대량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SSG 타자들이 치르는 건 단기전이다. 정규시즌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면 된다. 그러나 우승이 달린 KS에서 잘 쳤고, 잘 고른다 한들 이기지 못했다면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결과적으로 SSG는 점수를 내지 못했고, 이겼어야 하는 경기에서 시리즈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SSG는 정규시즌 키움과 9경기 차이가 났던 '탑독'이었다. 키움이 안우진의 부상, 마무리 김재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SSG 타선은 더 좋은 결과를 거둬줘야 했다. 어느덧 시리즈는 반환점을 넘겼다. 하지만 SSG의 승률은 아직 5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