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모르게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한 번 빠지면 약도 답도 없다. K드라마를 시청하는 이들 중에는 불치병으로 꼽는 ‘서브남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왕왕 있다. 서브남들은 주인공을 능가하는 매력으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도 만들어 낸다. 요즘 안방극장에 서브남 증후군을 유발시키는 배우들의 활약이 매섭다. 김현진, 이종원, 김재영 등이 병을 다시 도지게 하는 ‘신흥 대세’ 서브남들이다.
“왜 내가 아니야?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보는 건데? 그냥 날 좀 봐주면 안 돼?” 서브남들은 다같이 배웠는지 짝사랑이 팔자인 듯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에 뛰어든다. 극중 대부분의 서브남들은 사랑도, 일도 모두 주인공에 빼앗기는 짠내를 유발하지만, 이들이 겪는 아픔에 보답이 없지는 않다. 서브남들을 향한 시청자의 열폭적인 지지와 관심이 타오르기 시작하면 이 또한 지나갈 수 있는 견딜만한 힘을 준다. #‘치얼업’ 김현진, 영앤리치 톨앤핸섬 짝사랑남! 안방극장의 강력한 서브병 유발자는 단연 김현진이다.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에서 잘사는 강남 토박이에 훤칠한 외모, 엘리트 코스만 밟은 연희대학교 의대생 진선호를 연기하고 있다. 189cm의 훤칠한 키에서 나오는 모델 핏, 동글동글한 눈망울, 환한 미소를 소유한 김현진에게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비주얼은 물론, 섬세한 연기력까지 갖춘 그는 설렘 가득 청춘 로맨스 장르를 소화하며 짝사랑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김현진이 맡은 진선호는 첫 만남부터 흥미로웠던 도해이(한지현 분)를 따라 연희대학교 응원단 신입으로 들어가는 인물. 연애는 그저 놀이라고 여기며 사랑이란 감정을 외면했던 그는 해이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다만 그는 중요한 시점에는 응원단 선배 박정우(배인혁 분)에게 항상 해이의 옆자리를 내주는 씁쓸한 짝사랑 남이다. 서사를 납득시키는 그의 연기력은 캐릭터에 생생한 숨을 불어넣는다. 특히 8회에서는 아버지의 무심함으로 애태우는 엄마를 보며 자란 그의 전사가 밝혀졌다. 해이 앞에서 억눌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왜 내가 아니야?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보는 건데? 그냥 날 좀 봐주면 안 돼?”라며 고백과 함께 서러운 눈물을 토해내는 김현진의 열연은 시청자의 모성애와 안타까움을 자극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금수저’ 이종원, 타고난 찐금수저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쪽이 짠하다.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에서 황태용으로 열연 중인 이종원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게 아무래도 서브병에 확진된 듯 하다. ‘금수저’는 신묘한 금수저로 부모를 바꿔 타인의 인생을 훔치는 판타지 어드벤처 드라마. 극 중 황태용은 타고난 금수저였으나 이승천(육성재 분)에 의해 본의 아니게 흙수저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결에서 나주희(정채연 분)를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 10회에서 그의 순애보는 더 낱낱이 드러났다. 태용이 주희 집의 전등을 갈아주며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거 밖에 없으니까. 해주고 싶은 건 많은데 마음 같아선 다 해주고 싶은데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거밖에 없네”라며 솔직한 마음을 내뱉었다. 이어 “나 아직도 너 좋아한다”며 “아직도가 아니라 여전히. 맘 감추면서 친구인 척했다”며 고백하는 장면은 쓸쓸함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이종원은 반전에 반전인 극 전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이승천을 부러워하던 황태용이 결국 돈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오르는 모습을 실감 나게 선보였다.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유년 시절 결핍으로 인해 따뜻한 가정을 포기할 수 없는 황태용의 욕망까지 유려하게 펼쳐냈다. #‘월수금화목토’ 김재영, 슈퍼스타 짝사랑꾼 애달픈 짝사랑으로 해바라기 사랑의 진수를 선보이는 이도 있다. 김재영은 tvN 수목드라마 ‘월수금화목토‘에서 계약 결혼 마스터 최상은(박민영 분)의 ‘화목토’ 고객 강해진으로 출연 중이다. 김재영은 다정함과 능청스러움을 오가며 연하남의 진가를 보여준다. 극 중 전 국민이 모두 다 아는 슈퍼스타 강해진은 그야말로 ‘될놈될‘의 표본이지만 깊은 첫사랑의 기억에 연애만큼은 순조롭지 않다.
강해진은 어릴 적 첫사랑이었던 최상은을 아래층 이웃으로 재회하자 지독한 짝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앞뒤 재지 않고 첫사랑에게 달려들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는 성장형의 면모도 보여줬다. 지난 13회에서 해진은 “결별 기사 날 거다. 내가 다 망친 것 같아 처음부터 끝까지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상은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포기했다.
김재영은 화려함 속에 감춰진 가족사 또한 집중도 높은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극을 다채롭게 꾸며갔다. 엄마의 안전을 위해 끊임없이 강진그룹과 싸워온 해진의 모습을 침착한 어투로 섬세하게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