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32·SSG 랜더스)은 프로 13년 차 베테랑이지만, 포스트시즌(PS)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다.
소속팀이 성적과 인연이 없었던 탓이다. 지난 2010년 한화에 입단했던 이태양은 2014년부터 1군 주축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14년에는 팀 내 에이스였고, 2018년에는 필승 셋업맨이었다. 2014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경험도 있다. 커리어 전체가 화려한 투수는 아니어도 나름 오랜 기간 1군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선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전까지 PS 진출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전 소속팀 한화가 PS와 인연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 2018년 이태양은 4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84로 활약하면서 팀의 정규시즌 3위에 힘을 보태고 첫 가을야구를 밟았다. 하지만 가을은 짧았다. 한화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하고 올라온 넥센 히어로즈(현재 키움 히어로즈)에 1승 3패로 패하고 가을을 끝냈다. 이태양의 성적도 3경기 평균자책점 6.75에 불과했다.
그리고 4년이 흘러 두 번째 가을이 그에게 찾아왔다. 트레이드를 통해 소속팀을 옮긴 이태양은 올 시즌 SSG에서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함께 하고 KS 무대로 직행했다. 정규시즌에서 8승 3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며 전반기 선발진 운용에 힘을 보탰다.
KS에서 역할은 크지 않다. 김광현-윌머 폰트-숀 모리만도를 일찍부터 3선발로 낙점했던 김원형 SSG 감독은 4선발로 영건 오원석을 선택했다. 구위가 비교적 떨어지는 이태양은필승조로 역할을 맡기에도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자신의 역할은 있었다. 이태양은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4차전에서 8회 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3-6으로 뒤처지던 상황이라 부담은 덜했지만, 팀이 마지막까지 추격 의지를 지킬 수 있도록 분위기는 만들어줬다. 키움의 중심 타자이자 플레이오프 MVP(최우수선수) 이정후도 범타로 잡아냈다.
7일 KS 5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태양은 "그래도 야구 선수를 하면서 KS 마운드를 밟아봤다는 것에 감회가 새로웠다. 공을 챙기고 싶었는데 경기를 지고 있어서 못 챙겼다"고 웃으면서 "그동안 선수를 하면서 KS 마운드에 오르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항상 이 시기에는 TV로만 봤는데 야구를 직접 하고 있어서 몸이 이상하다. 그래도 직접 던져볼 수 있어서 뿌듯하더라"고 했다. 이어 "2018년 준플레이오프랑도 확실히 달랐다. 분명 준플레이오프도 큰 경기지만, 열기와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며 "등판 전에 (지하에 위치한) 고척 불펜에서 올라가는데 계단이 길게 느껴졌다. 원래도 가파른 곳이지만 그날따라 숨이 더 차더라"라고 돌아봤다.
우승을 이루려면 2승이 더 필요하다. 이태양은 "기회가 되면 당연히 이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 팀이 빨리 우승하면 좋겠다"며 "더 나가도 좋고, 안 나가도 우승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도 던져본 후에 기다리게 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